팀을 깨는 사람은 안 나가고 에이스가 나가는 이유
"퇴사시키는 법 꼭 좀 전수 부탁드립니다."
어느 대리가 옆자리 대리를 두고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도 신입 한 명이 울 뻔했다고 합니다. 인턴이 오타 하나를 냈는데 뒤통수에 대고 "MZ들이 다 그렇지 뭐" 하고 들으란 듯이 혼잣말을 했고, 팀장이 뭘 물어보면 사무실 문 앞까지 들리는 한숨을 쉰다고 했습니다.
댓글 제일 위에 이런 말이 달렸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회사 망할 때까지 꿋꿋이 버틴다는 불편한 진실."
그 밑에는 이런 답글이 있었습니다.
"받아주는 데 없는 거, 본인이 제일 잘 알거든요."
이 글은 이 상황을 두고, 무엇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하려고 씁니다.
먼저, 이건 옆자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퇴사시키는 건 동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리더가 할 일입니다. 그리고 리더가 이걸 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리더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가르는 것입니다.
- 일을 아직 못하는 사람 — 배울 기회를 줘야 합니다. 시간도 줘야 합니다. 지금 못한다고 사람을 정리하면 그 조직은 아무도 못 키웁니다.
- 팀을 깨는 사람 — 다른 이야기입니다. 인턴 뒤통수에 혼잣말을 하고, 팀장 앞에서 들으란 듯이 한숨을 쉬는 건 일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이 둘을 안 가르면 리더는 둘 다 못 다룹니다. 못하는 사람에게는 매정해지고, 깨는 사람에게는 관대해집니다. 대개 후자가 목소리가 크기 때문입니다.
가르는 기준
말로만 하면 애매하니 실제로 갈리는 지점을 정리했습니다.
| 일을 아직 못하는 사람 | 팀을 깨는 사람 |
|---|---|
| 알려주면 다음번에 달라집니다 | 알려줘도 다음번에 같습니다 |
| 본인 결과가 안 나옵니다 | 옆 사람 결과까지 안 나옵니다 |
| 회의에서 조용합니다 | 회의 뒤 분위기가 남습니다 |
| 실수를 인정합니다 | 실수를 남 탓으로 옮깁니다 |
| 신입이 물어보러 옵니다 | 신입이 그 사람을 피해 다닙니다 |
| 시간이 지나면 나아집니다 | 시간이 지나면 주변이 나갑니다 |
오른쪽 줄이 여러 개 걸리면 그건 능력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능력 문제가 아닌 걸 능력 문제처럼 다루면 아무것도 안 바뀝니다. 교육을 보내도, 업무를 줄여줘도 그대로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리더가 할 일은 하나입니다
깨는 사람에게 리더가 할 일은 하나입니다. 계속 메시지를 주는 것입니다.
"우리 팀과는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팀을 옮기거나, 다른 업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부당하게 내보내라는 말도 아니고, 괴롭히라는 말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고(근로기준법 제23조), 반복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금지돼 있습니다(제76조의2). 그러니 그 방향은 애초에 선택지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 다릅니다. 지금 잘 안 되고 있고, 팀이 깨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숨기면 무슨 일이 생기나
말을 안 하면 그 사람은 안 나갑니다. 갈 데가 마땅치 않다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기 때문입니다.
대신 갈 데 있는 사람이 나갑니다. 에이스입니다. 에이스가 그 사람 때문에 나가는 건 못 견뎌서가 아니라 갈 데가 있어서입니다. 견디는 힘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회사는 뽑는 사람으로 자기를 소개하지만, 실제로는 남기는 사람으로 자기를 증명합니다. 안 맞는다는 말을 숨기는 순간, 회사가 남기기로 한 건 그 사람이고 내보내기로 한 건 에이스입니다. 남은 사람들로 조직 문화가 만들어지니, 몇 년 뒤 그 팀의 기본값은 그 사람 쪽이 됩니다.
괴롭힘이 되지 않게 말하는 법
메시지를 준다는 건 감정을 쏟는 게 아닙니다. 사실과 기준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아래 형태를 쓰시면 됩니다.
| 자리 | 리더가 쓰는 문장 |
|---|---|
| 처음 짚을 때 | "어제 ○○님 자리 뒤에서 하신 말씀, 저도 들었습니다. 그건 저희 팀에서 하시면 안 되는 말입니다." |
| 사실을 남길 때 | "제가 지금 말씀드린 건 태도 얘기가 아니라, 이번 주에 있었던 두 가지 일입니다." |
| 기대를 정할 때 | "다음 달까지 이 두 가지가 안 바뀌면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는 이 문서에 적어두겠습니다." |
| 다른 기회를 줄 때 | "이 자리가 안 맞으실 수도 있습니다. ○○팀 자리를 한번 보시겠어요?" |
| 반복될 때 | "세 번째입니다. 저는 같은 말을 계속 드릴 거고, 기록도 남기겠습니다." |
| 정리할 때 | "저희와는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을 보시는 게 서로에게 낫겠습니다." |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행동을 말합니다. "성격이 문제다"가 아니라 "어제 그 자리에서 그 말을 했다"입니다. 그리고 전부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형태입니다. 감정으로 말하면 나중에 리더가 불리해지고, 사실로 말하면 그 반대가 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있습니다. 다른 기회를 같이 얹는 것입니다. 다른 포지션, 다른 팀, 다른 방식의 일을 제안하는 것까지가 리더 몫입니다. 나가라는 말만 남으면 그건 통보이고, 갈 곳을 같이 보면 그건 정리입니다.
리더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꼭 짚고 가야 합니다. "팀을 깨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틀릴 수 있습니다.
일이 안 맞는 자리에 있어서 계속 지적을 받고, 그래서 방어적으로 변한 사람도 있습니다. 위에서 계속 무시당해서 아래에 그대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자리를 옮기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순서가 필요합니다.
- 행동을 먼저 말합니다. 사람 판정을 먼저 하지 않습니다.
- 바뀔 기회를 한 번은 줍니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서 줍니다.
- 자리를 바꿔봅니다. 다른 팀, 다른 역할에서 같은 문제가 나오는지 봅니다.
- 그래도 같으면 그때는 안 맞는다는 말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판단이 틀렸을 때 되돌릴 수 있고, 맞았을 때 근거가 남습니다.
그 팀에 있는 사람이라면
마지막으로 이 상황에 놓인 팀원 입장을 하나 붙이겠습니다. 지금 그 사람 때문에 나가고 싶다면, 나가기 전에 하나만 보시면 됩니다.
우리 팀장이 그 사람에게 안 맞는다는 말을 하고 있나.
하고 있으면 조금 기다려도 됩니다. 시간이 걸릴 뿐 방향은 정해져 있습니다. 숨기고 있으면 다음에 나가는 사람이 나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때는 참는 게 아니라 준비하는 게 맞습니다.
정리하면
- 퇴사시키는 건 동료 일이 아니라 리더 일입니다.
- 리더는 먼저 가릅니다. 아직 못하는 사람에게는 기회와 시간을, 팀을 깨는 사람에게는 다른 대응을 합니다.
- 억지로 내보내는 방법은 없습니다. 리더가 할 일은 안 맞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것입니다.
- 숨기면 그 사람은 남고 에이스가 나갑니다. 회사는 남긴 사람으로 자기를 증명합니다.
- 말할 때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을 말하고, 다른 기회를 같이 얹습니다.
같은 사람도 어떤 자리에서는 팀을 살리고 어떤 자리에서는 갈등의 중심이 됩니다. 우리 팀 사람들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인지는 9WAY 강점 진단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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