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했는데 그 사람이 자꾸 떠오른다면, 용서와 헷갈리는 세 가지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아직 떠오른다면, 그 일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겁니다. 속이 좁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아팠다는 걸 인정하기 전에 "괜찮아요"로 먼저 덮어 두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용서한 척 넘긴 일이 제일 오래 남아요.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흔합니다. 회의에서 나를 깎아내렸던 전 팀장, 내가 한 일을 자기 성과처럼 보고한 동료. 그때는 "다 지난 일이에요" 하고 웃어 넘겼는데, 메신저에 그 이름이 뜨면 속이 뒤집힙니다. 그러고 나면 또 나를 탓하게 되죠. 아직도 이걸 못 넘긴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어서요. 이 글에는 용서와 헷갈리기 쉬운 세 가지와, 그 일을 한 줄로 적어 볼 때 쓰는 질문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용서했는데 왜 그 사람이 자꾸 떠오를까요?
아직 아픈 일을 끝난 일로 먼저 정해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로는 넘겼는데 마음에는 그대로 남아 있는 거죠.
그 일이 있던 날을 떠올려 보면,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을 거예요. 상대가 팀장이면 맞서기 어렵고, 동료면 내일도 옆자리에서 같이 일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일단 웃고 넘깁니다. 누가 물으면 "별일 아니었어요"라고 하고요. 그 순간에는 그게 최선이었을 수 있습니다.
일이 꼬이는 건 그 말을 몇 달, 몇 년 동안 나한테도 하게 될 때입니다. 남한테 하는 말이 나한테 하는 말까지 덮어 버리면, 아팠던 일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안에 남아요. 그래서 그 사람 이름 하나, 비슷한 말투 하나에도 그날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그 사람이 아직 떠오르는 건 아직 아파서 그래요. 아픈 일은 아프다고 먼저 인정해야 그다음으로 갈 수 있습니다.
용서와 헷갈리기 쉬운 세 가지는 무엇일까요?
안 아픈 척하기, 다 잊은 척하기, 서두르기입니다. 셋 다 겉으로는 용서처럼 보여요. 그런데 셋 모두 아직 아픈 일을 끝난 일로 먼저 정해 버린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하나, 안 아픈 척하기. 누가 그 일을 물으면 "별일 아니었어요" 하고 말합니다. 회사에서는 이게 예의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런데 그 말을 하는 동안 아팠다는 사실을 나한테도 없던 일로 만들게 됩니다. 남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는 건 괜찮아요. 모든 사람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만 혼자 있을 때까지 "별일 아니었다"만 되풀이하고 있다면, 그건 덮어 둔 겁니다. 용서와는 다릅니다.
둘, 다 잊은 척하기. 그 사람 이야기가 나오면 웃으면서 화제를 돌립니다. 회식에서 누가 그 사람 이름을 꺼내면 얼른 다른 얘기를 하고요. 안 꺼낼 뿐인데 다 지난 일처럼 지내는 거예요. 화제를 돌린다고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피할 때마다 오히려 그 일이 아직 거기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되죠.
셋, 서두르기. "이제 그만 털어 내야지" 하고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러면 안 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아직 아픈데 끝났다고 먼저 정해 버립니다. 마음이 정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일마다 다릅니다. 기한을 정해 놓고 다그치면 아픈 마음 위에 '아직도 못 털었다'는 자책이 하나 더 얹혀요.
| 헷갈리는 것 | 이럴 때 이렇게 해요 | 그러면 생기는 일 | 대신 해 볼 것 |
|---|---|---|---|
| 안 아픈 척하기 | 누가 물으면 "별일 아니었어요"라고 한다 | 아팠다는 걸 나도 모른 척하게 된다 | 혼자 보는 기록에는 아팠다고 적는다 |
| 다 잊은 척하기 | 그 사람 이름이 나오면 화제를 돌린다 | 피할 때마다 그 일이 아직 있다는 걸 느낀다 | 피했다는 사실과 그때 기분을 적어 둔다 |
| 서두르기 | "이제 그만 털어야지" 하고 다그친다 | 아픈 마음 위에 자책이 하나 더 얹힌다 | 결론 말고 지금 상태까지만 적는다 |
이 세 가지는 2025년 10월 스레드에 올라온 용서에 관한 글(@hona.mind)에서 가져왔습니다. 그 글에는 연구 결과라며 숫자도 함께 실려 있었는데, 출처를 확인하지 못해 여기에는 옮기지 않았습니다.
용서하면 그 사람이 한 일도 괜찮아지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용서를 하든 안 하든, 그 사람이 한 일은 괜찮아지지 않아요. 내가 지킬 선도 그대로입니다.
저는 2019년에 태도에 관한 글을 연재하면서 관용을 이렇게 적은 적이 있습니다. 관용은 상대의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태도지만, 허용할 것과 허용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지 못하면 조직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요. 지나친 관용은 상대가 자기 실수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만든다고도 썼습니다(브런치 「태도탐구 11. 관용」).
용서도 같습니다. 그 일 때문에 내가 계속 무거워지지 않으려고 내려놓는 것과, 그 사람이 한 일을 괜찮았다고 해 주는 건 서로 다른 일이에요. 그래서 용서를 고민하는 중에도 아래 세 가지는 따로 지켜도 됩니다.
- 다시 가까워지지 않아도 됩니다. 일은 같이 하더라도 사적인 거리는 내가 정합니다.
- 같은 일이 또 생기면 그 자리에서 말해도 됩니다. "그 말씀은 저한테 불편했어요"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 지금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된다면 기록이 먼저입니다. 날짜와 그 사람이 한 말, 한 일을 적어 두세요. 직장 내 괴롭힘은 2019년 7월부터 근로기준법으로 금지돼 있고, 회사 고충 처리 창구나 고용노동부에 알릴 수 있습니다.
그 일을 한 줄로 적어 볼 때는 어떤 질문을 쓰면 될까요?
아래 다섯 질문에 차례로 답하고, 마지막에 한 줄로 이어 붙이면 됩니다. 결론까지 쓰지 않아도 돼요. 다 끝났다고 정하거나, 상대를 이해하는 문장으로 마무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알아보려고 적는 거예요.

질문 다섯 개에 답하고 아래 문장 틀에 옮겨 적는 양식입니다. 인쇄하거나 메모장에 옮겨 써도 됩니다.
| 질문 | 이렇게 답해 보세요 | 예 |
|---|---|---|
| 1.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요? | 누가, 언제, 무슨 말이나 행동을 했는지 사실만 적습니다. 누가 옳았는지는 적지 않습니다 | 지난 3월 주간 회의에서 팀장이 사람들 앞에서 내 보고서를 깎아내렸다 |
| 2. 그때 내 마음은 어땠나요? | 평소 쓰는 말로 한두 단어면 됩니다. 좋은 감정, 나쁜 감정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 창피했다, 억울했다 |
| 3. 그 일로 내가 아끼던 무엇이 다쳤나요? | 인정받고 싶은 마음, 공정하게 대우받는 것, 믿었던 관계처럼 적습니다 | 사람들 앞에서 내 일을 존중받는 것 |
| 4. 지금 그 일을 떠올리면 어떤가요? | 지금 상태까지만 적습니다. '언젠가 괜찮아질 것'은 적지 않습니다 | 그 이름만 들어도 아직 속이 불편하다 |
| 5. 앞으로도 허용하지 않을 선은 무엇인가요? | 용서와 상관없이 지킬 선 하나를 적습니다 | 다시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불편하다고 말한다 |
다섯 답을 이어 붙이면 이런 한 줄이 됩니다.
그날 ○○가 ○○했을 때 나는 ○○했다. 그 일로 내가 아끼던 ○○이 다쳤고, 지금 떠올려도 아직 ○○하다.
상황별로 적어 본 예시 문장입니다. 내 일과 가까운 줄을 골라 고쳐 쓰면 됩니다.
| 이런 일이었다면 | 한 줄로 적으면 |
|---|---|
| 회의에서 팀장이 내 보고서를 깎아내렸다 | 그날 팀장이 사람들 앞에서 내 보고서를 깎아내렸을 때 나는 창피했다. 그 일로 내 일을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다쳤고, 지금도 그 이름을 들으면 아직 불편하다. |
| 동료가 내가 한 일을 자기 성과처럼 보고했다 | 그날 동료가 내 분석을 자기 것처럼 보고했을 때 나는 억울했다. 그 일로 공정하게 인정받는 것이 다쳤고, 지금도 그 보고서 얘기가 나오면 아직 화가 난다. |
| 믿었던 선배가 내 얘기를 다른 팀에 흘렸다 | 그날 선배가 내 얘기를 다른 팀에 한 걸 알았을 때 나는 서운하고 겁이 났다. 그 일로 믿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다쳤고, 지금도 그 선배 앞에서는 아직 말을 아끼게 된다. |
| 상의 없이 프로젝트에서 빠졌다 | 그날 내 이름이 빠진 걸 공지로 알았을 때 나는 허탈했다. 그 일로 내가 들인 시간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다쳤고, 지금도 그 프로젝트 소식을 들으면 아직 씁쓸하다. |
적을 때는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 혼자 보는 기록입니다. 그 사람에게 보내거나 보여 줄 필요가 없어요.
- 한 번에 다 채우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은 1번과 2번까지만 적어도 됩니다.
- 몇 주 뒤에 같은 일을 다시 적어 보세요. 4번 답이 달라졌다면 그만큼 지나온 겁니다.
끝났다고 정하지 않으면 계속 이 상태로 지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 두는 건 그 일을 머릿속에서 꺼내 종이 위에 내려놓는 일이에요. 매일 들여다보라는 말이 아닙니다. 한 줄로 적어 둔 일은, 떠오를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따져 보지 않아도 됩니다.
화나는 마음을 억지로 없앨 필요도 없습니다. 용서보다 차라리 하고 싶은 말을 어느 정도 털어놓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그 말을 그 사람에게 바로 쏟아 내기 전에 먼저 한 줄로 적어 보고, 정말 할 말인지 골라 보세요. 다음 날 후회할 일이 줄어듭니다.
혼자 적는 것으로 버티면 안 되는 때도 있습니다. 그 일이 떠올라 잠을 못 자는 날이 이어지거나, 출근길이 무섭거나, 밥 먹고 일하는 하루가 흔들릴 만큼 힘들다면 전문 상담이 먼저예요. 회사에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이 있으면 그걸 쓰고, 없으면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에서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일로 무엇이 다쳤는지 말이 안 나올 때, 9WAY는 이렇게 합니다
셋째 질문에서 막히는 분이 많습니다. 서운하고 억울한 건 아는데, 그 일로 정확히 무엇이 다쳤는지는 말이 안 나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왜 유독 그 사람, 그런 말에 오래 흔들리는지도 설명이 안 됩니다. 내가 무엇을 아끼는 사람인지 말로 정리해 둔 적이 없으면 이 질문에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9WAY는 재능을 27가지 강점 DNA로 세밀하게 나눠 보고, 그 결과를 "회의가 막힐 때 다른 각도의 안을 먼저 꺼냅니다" 같은 행동 문장으로 돌려줍니다. 직장인 강점 진단은 약 10분이면 끝나고 무료예요. 유료 리포트 BASIC(19,800원)부터는 내가 주로 쓰는 DNA 다섯 개마다 그 의미와 욕구, 활용법이 나옵니다. 이 욕구 목록이 셋째 질문의 답을 찾을 때 도움이 됩니다.

9WAY 강점 리포트의 DNA 상세 가이드 일부입니다. 김봉준 대표 본인의 결과로, 창의성 DNA가 무엇에서 힘을 얻는지 '동기부여되는 욕구'로 보여 줍니다.
위 결과를 예로 들면, 창의성 DNA의 욕구 가운데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회의에서 낸 안이 한마디로 잘렸던 일이 유독 오래 남을 수 있어요. 그날 다친 게 내 생각을 말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요. 안 하나가 잘린 것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욕구 목록에서 그 일과 닿는 줄을 찾아 셋째 질문에 옮겨 적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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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질문에서 무엇이 다쳤는지 말이 잘 안 나오는 분
- 비슷한 말이나 비슷한 사람에게 유독 크게 흔들려서, 내가 무엇을 아끼는 사람인지 알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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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엇부터 하면 될까요?
지금 처지에 맞는 것 하나만 하면 됩니다.
- 그 사람이 아직 자주 떠오른다면 오늘은 1번과 2번 질문에만 답해 보세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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