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고민이 검색으로 안 풀리는 이유 — 검색 전에 쓰는 두 줄 노트
이직 사이트 탭을 열일곱 개 열어놓고도 아무것도 확신이 안 서던 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30대 초반 마케터였습니다. 회사도 괜찮고 연봉도 괜찮은데, 일요일 저녁만 되면 이유 없이 가슴이 조여온다고 했습니다. 내일 출근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그 시간 말입니다. 이직을 할까, 자격증을 딸까, 창업을 할까. 몇 달을 검색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옮기자니 "여기도 비슷하면 어떡하지" 싶고, 남자니 "이대로 괜찮나" 싶고요.
왜 검색을 할수록 더 모르겠을까요?
이분이 몇 달 만에 멈춘 지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질문이 전부 바깥을 향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느 회사가 좋을까. 어떤 자격증이 유망할까. 연봉은 어디가 높을까. 전부 밖의 조건을 비교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어떤 사람이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도 없이 이정표만 늘어난 셈이라, 정보가 쌓일수록 오히려 더 헷갈렸던 겁니다.
잡코리아의 2024년 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7명이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자기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의 비교 검색은, 몇 달을 해도 확신을 만들어주지 못합니다.
검색 전에 쓰는 두 줄 노트
이분이 그날부터 한 일은 단순했습니다. 이직 검색을 멈추는 대신, 검색 전에 노트에 딱 두 가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첫 줄 — 남들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넘기는 일 동료들이 "이건 이분 담당이죠" 하면서 당연하게 맡기는 일. 남들이 매겨놓은 내 능력의 증거입니다.
둘째 줄 —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빠져드는 일. 내 에너지가 향하는 방향의 증거입니다.
일주일치 예시를 보면 이런 모양입니다.
| 요일 | 남들이 넘긴 일 |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일 |
|---|---|---|
| 월 | 캠페인 결과 정리 요청받음 | 반응 데이터 들여다보기 |
| 화 | "이 문구 좀 봐줘" 두 번 | 카피 고쳐 쓰기 |
| 수 | 회의 내용 공유 정리 | — |
| 목 | 신입 질문 응대 | 콘텐츠 레퍼런스 수집 |
| 금 | "기획안 구조 좀 잡아줘" | 기획안 목차 짜기 |
한 주만 적어도 흐릿하게, 한 달이면 또렷하게 방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분은 1년을 적었고, 두 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콘텐츠 기획이었습니다.
기록이 방향이 되고, 방향이 근거가 됩니다
이 이야기의 뒷부분이 중요합니다. 이분이 팀 이동을 요청하자 인사팀이 반대했습니다. "지금 팀에서 잘하고 있는데 굳이요?"
여기서 이분은 서운해하는 대신, 콘텐츠 쪽에서 자기 성과가 가장 좋았다는 근거를 숫자로 정리해서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여섯 달. 결국 옮겼습니다. 노트가 방향을 알려줬고, 기록이 설득의 근거가 된 겁니다.
회사도 연봉도 직급도 그대로였는데, 일요일 저녁의 답답함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이분이 남긴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회사를 바꾼 게 아니라, 나를 알게 된 거예요. 그게 전부였어요."
그래도 이직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 글은 "이직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순서의 이야기입니다. 나를 모른 채 옮기면, 회사가 바뀌어도 같은 답답함이 따라올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두 줄 노트로 방향이 잡힌 뒤라면, 이직은 훨씬 좋은 선택이 됩니다.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판정할 내 기준이 생겼으니까요. 실제로 기록 끝에 사내 이동이 아니라 이직을 택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갈림길이 어디든, 노트가 먼저입니다.
오늘 이직 사이트를 열기 전에, 노트 앱에 두 줄부터 적어보세요. 남들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넘기는 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
이 사례의 전체 이야기 — 탭 열일곱 개의 밤부터 여섯 달의 설득까지 — 는 제 책 「내 커리어엔 내가 없었다」 프롤로그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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