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나쁜 건 아닌데 그만두고 싶다면, 멈췄는지 보는 질문 세 개

회사가 나쁜 건 아닌데 그만두고 싶다면, 멈췄는지 보는 질문 세 개

회사가 나쁜 건 아닌데 그만두고 싶다면, 그 마음을 철없다고 접기 전에 '1년 전엔 못 했는데 지금은 하는 일'을 한 줄로 적어 보세요. 그 한 줄이 안 써지면 느낌이 맞은 겁니다. 늦기 전에 알아챈 거예요.

말은 이렇게 해도 막상 이런 마음이 들면 누구한테 꺼내기가 어렵죠. 팀장도 나쁘지 않고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는데, 갈 곳을 정해 둔 것도 아니니까요. "갈 데도 없으면서 무슨 소리야" 하는 말이 먼저 떠오르고, 그러다 보면 혼자 '내가 배가 불렀나' 하고 덮어 두게 됩니다. 이 글에는 그 느낌이 무엇을 알려 주는지, 내가 정말 멈췄는지 확인하는 질문 세 개, 멈췄다면 무엇을 해 볼지 찾는 방법과 그때 꺼낼 말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기 있으면 계속 여기 있을 것 같아서요"는 어떤 마음일까요?

갈 곳은 아직 없는데, 지금 이대로 머물러 있을 내 모습이 먼저 보이는 마음입니다. 은행에서 일하는 한 직장인이 스레드에 올린 짧은 글에 이 말이 그대로 나와요. 퇴사하겠다고 말하러 들어갔더니 팀장이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어디로 가는데?"
"아직 안 정했습니다."
"그럼 왜 나가?"
"여기 있으면 계속 여기 있을 것 같아서요."

글쓴이는 팀장이 한참 말이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에 그 팀장도 회사를 나갔다고요. 팀장이 왜 말이 없었는지, 왜 나갔는지는 글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기서도 이유를 지어 붙이지 않겠습니다. 원문 보기

이 글에는 "와 명언이네"라는 답글이 달렸습니다. 회사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당장 갈 곳도 없는데, '이대로 몇 년 더 있으면 나는 지금 모습 그대로겠구나' 싶은 마음. 그 한 줄에서 자기 마음을 본 사람이 많았던 거죠.

이 장면에서 가져올 건 그 대답 한 줄입니다. 갈 곳을 정하지 않고 나간 선택까지 따라 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갈 곳 없이 일단 나가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 대답을 철없는 말로 보지도 않습니다.

회사가 괜찮은데도 그만두고 싶은 건 철없는 생각일까요?

늦기 전에 알아챈 겁니다. 철없는 생각은 아니에요.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몇 년째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먼저 느낀 거예요.

일을 몇 년 하면 손에 익습니다. 처음엔 하루 종일 붙잡던 보고서가 반나절이면 끝나고, 회의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할지도 대충 압니다. 익숙해진 건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그 상태로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계속하면, 몇 년 뒤 내 모습이 벌써 그려집니다. 3년 뒤에도 이 책상에서 이 보고서를 이 순서로 만들고 있겠구나. 그게 그려진다는 건 그동안 더 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 있으면 계속 여기 있겠다"는 말은 이걸 한 줄로 줄인 말이에요.

저는 커리어를 곡선으로 봅니다. 일을 배우는 동안은 올라가고, 익숙해지면 평평해지고, 그대로 두면 언젠가 꺾입니다. 대부분은 꺾이고 나서야 움직여요. 지친 채로 새 회사나 새 직무로 가서 맨 아래부터 다시 시작하죠. 저는 익숙해질 때가 움직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꺾이기 전에 지금 하는 일 위에 하나를 더 쌓고, 그걸 다음 곡선의 바닥으로 쓰는 겁니다.

제 커리어도 그랬습니다. 이랜드에서 수십억 원 규모 프로젝트의 PM을 맡으면서 강점을 배웠고, 조직 안에서 실험하다 실패도 했습니다. 그 경험이 나중에 새로운 강점 모델을 연구하는 바닥이 됐어요. 회사 안에서 맡은 일 위에 쌓아 둔 것이 다음 일의 시작점이 된 거죠.

늦게 알아채면 어떻게 될까요? 앞의 글쓴이는 발전이 없고 배울 게 없는 곳에 억지로 있으면 몸에 이상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적었습니다. 어딘가가 아프거나 마음 쪽에 탈이 나는 사람을 많이 봤다고요. 답글에도 배울 게 없는 곳에서 같은 일만 되풀이하다 번아웃을 두 번 크게 겪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느낌을 계속 모른 척하면 결국 몸이 대신 알려 줍니다. 그러니 지금 이 느낌이 왔다면, 아직 버틸 힘이 있을 때 알아챈 거예요.

내가 멈췄는지는 어떤 질문으로 확인하나요?

지난 1년을 놓고 아래 세 질문에 답해 보세요. 셋 다 비어 있으면 멈춘 게 맞습니다. 하나라도 또렷하게 쓸 수 있으면 느리게라도 늘고 있는 거예요.

지난 1년을 놓고 답하는 질문 세 개 — 새로 할 줄 알게 된 일, 내가 정해서 끝낸 일, 피드백으로 바꾼 일을 적는 양식

질문 세 개와 답을 적는 줄이 있는 양식입니다. 인쇄해도 되고 메모장에 옮겨 적어도 됩니다.

질문 이렇게 적어 보세요 안 써진다면
1. 1년 전엔 못 했는데 지금은 하는 일이 있나요? "일을 더 많이 합니다" 말고 "예전엔 도움받던 일을 지금은 혼자 끝냅니다"처럼 적습니다. 자료만 모으던 보고서에 지금은 원인까지 붙인다면 그게 한 줄이에요 일의 양만 늘고 할 줄 아는 일은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2. 지난 1년 동안 내가 정해서 끝낸 일이 있나요? 시킨 순서대로 끝낸 일 말고, 범위나 방법을 내가 정한 일입니다. 매주 쓰던 정리 양식을 내가 고쳤고 팀이 그대로 쓰고 있다면 여기에 들어가요 일이 내 손을 거쳐 가기만 하고 내 판단은 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3. 받은 피드백으로 바꾼 일이 있나요? 지적이나 조언을 듣고 실제로 일하는 방식을 바꾼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해 달라"는 말을 듣고 보고 순서를 바꿨다면 한 줄이 됩니다 바꿀 만한 피드백을 받은 기억이 없다면, 내 일을 더 잘하게 도와줄 사람이 곁에 없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답을 적었다면 이렇게 읽으면 됩니다.

  • 셋 다 비었다면 그 느낌이 맞았습니다. 바로 아래에서 무엇을 해 볼지 고르면 됩니다.
  • 한두 개를 썼다면 아직 늘고 있습니다. 쓴 그 한 줄을 더 키울 방법이 다음 할 일이에요.
  • 셋 다 또렷하게 썼는데도 나가고 싶다면 이유가 다른 데 있을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도 나가는 게 맞을 때는 언제일까요?'를 먼저 보세요.

한 해쯤 비는 건 괜찮습니다. 매일, 매년 새로운 일을 늘릴 수는 없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며 손에 익히는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몇 년째 써지는 게 없을 때가 문제입니다.

멈췄다면, 무엇을 먼저 해 보면 좋을까요?

지금 하는 일에서 한 단계 어려운 일 하나를 먼저 맡겠다고 말해 보세요. 회사를 옮기지 않아도 '나는 늘고 있다'고 말할 근거가 생깁니다. 무엇을 맡을지는 지금 일의 바로 앞과 바로 뒤를 보면 찾을 수 있어요. 순서는 이렇습니다.

  1. 지금 맡은 일 하나를 적습니다. 가장 자주, 오래 하는 일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주간 실적 보고서 만들기'.
  2. 그 일의 바로 앞과 바로 뒤를 적습니다. 앞은 누가 무엇을 정해서 나에게 넘기는지예요. 팀장이 이번 주에 볼 숫자를 정해 준다면 그게 앞입니다. 뒤는 내가 넘긴 걸 누가 받아서 무엇을 하는지예요. 팀장이 보고서를 보고 원인을 따져 다음 주 할 일을 정한다면 그게 뒤입니다.
  3. 앞이나 뒤에서 하나만 가져옵니다. 앞에서 가져오면 '정하는 일'을, 뒤에서 가져오면 '따져 보고 설명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이번 달에 볼 숫자를 제가 먼저 골라 보겠습니다"는 앞에서 가져온 것이고, "다음 보고서에는 원인과 제 의견 한 줄을 붙여 보겠습니다"는 뒤에서 가져온 것이에요.

고를 때는 세 가지만 봅니다.

  • 지금 일과 이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동안 쌓은 게 바닥이 됩니다. 지금 일과 상관없는 새 일이면 거기서도 맨 아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 한두 달 안에 끝나는 크기로 고릅니다. 끝나야 첫째 질문에 적을 한 줄이 생깁니다.
  • 끝냈을 때 무엇을 할 줄 알게 됐는지 한 줄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한 줄은 다음 면담에서도 쓰고, 언젠가 회사를 옮길 때 면접에서도 씁니다.

지금 하는 일별로 예를 모았습니다. 내 일과 가까운 줄을 골라 고쳐 쓰면 됩니다.

지금 하는 일 앞이나 뒤에서 가져온 한 단계 어려운 일
보고서 자료 모으기 다음 보고서에 원인 분석과 내 의견 한 줄을 붙인다
정해진 절차대로 처리하기 매번 막히는 절차 하나를 줄이는 안을 써서 낸다
고객 문의 응대 자주 들어오는 문의 다섯 가지를 묶어 답변 기준을 만든다
디자인 시안 고치기 다음 기획 회의에서 시안 방향을 먼저 제안한다
개발 작업 처리 작은 기능 하나를 설계 문서부터 써서 맡는다
영업 지원 자료 정리 제안서 한 꼭지를 직접 써서 선배에게 봐 달라고 한다
회의록 쓰기 회의 끝에 정해진 일과 담당자를 정리해 돌리는 일까지 맡는다
신입 교육 돕기 신입 첫 주 일정 가운데 하루를 직접 짜서 진행한다

맡겠다고 할 때 꺼낼 말

"새로운 일 주세요"라고 하면 듣는 사람이 무엇을 줄지 다시 정해야 합니다. 범위가 작고 끝이 분명할수록 듣는 사람이 바로 답하기 쉽습니다. 상황에 맞는 문장을 골라 내 말로 고쳐 쓰세요.

이럴 때 꺼낼 말
하던 일에 하나를 더 붙일 때 "이번 보고서는 자료 정리에 더해서 원인을 정리하는 부분까지 제가 맡아 보고 싶습니다."
첫 안을 먼저 내고 싶을 때 "다음 회의 자료는 제가 첫 안을 먼저 써 와도 될까요? 방향이 다르면 그때 고치겠습니다."
절차를 바꾸고 싶을 때 "이 절차가 매번 확인을 두 번 거치는데, 한 번으로 줄이는 안을 다음 주까지 만들어 보겠습니다."
무엇을 맡을지 모를 때 "지금 하는 일은 그대로 하면서 하나를 더 맡아 보고 싶습니다. 팀에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을까요?"
끝을 같이 정하고 싶을 때 "이걸 끝내면 제가 무엇을 할 줄 알게 됐다고 말할 수 있을지, 기준을 같이 정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한 번 거절당했다고 접지 않아도 됩니다. 이유를 묻고, 크기를 줄여서 한 번 더 말해 보세요. "그럼 이번엔 원인 정리 한 꼭지만 해 보겠습니다"처럼요.

그래도 나가는 게 맞을 때는 언제일까요?

있습니다. 아래 셋 중 하나라면 옮길 준비를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 몸이 먼저 탈이 날 때. 잠을 못 자거나, 출근길에 어딘가가 아프거나, 쉬는 날에도 기운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때는 몸부터 지켜야 합니다. 일을 더 쌓을 때가 아니에요.
  • 맡겠다고 두 번 넘게 말했는데도 길이 없을 때. 크기를 줄여 가며 여러 번 말했는데 같은 답만 돌아온다면, 그 회사에서는 지금 맡은 역할로 더 늘 수 있는 일이 없는 겁니다.
  • 일하는 방식이 내 기준과 계속 부딪칠 때. 앞의 글에는 한 회사에서 10년을 채운 사람의 답글도 있었습니다. 일을 위한 일보다 보고와 보여 주기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퇴사를 정했다고요. 매일 하는 일이 내가 옳다고 보는 방식과 계속 어긋나면, 아무리 쌓아도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옮기기로 했다면 순서는 지켜 주세요. 첫째 질문에 적을 한 줄을 먼저 만들고, 아직 버틸 힘이 있을 때 옮기는 겁니다. 저는 바닥까지 지쳐서 나가는 것보다 힘이 남아 있을 때 옮기는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지쳐서 나가면 다음 회사를 '여기만 아니면 된다'로 고르기 쉽거든요.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무엇을 할 줄 알게 됐나요?"라는 물음에 답할 한 줄이 있어야, 옮긴 곳에서도 맨 아래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더 맡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9WAY는 이렇게 합니다

앞이나 뒤에서 하나를 고르는 단계에서 막히는 분이 많습니다. 정하는 일을 맡을지, 따져 보고 설명하는 일을 맡을지 고르려면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힘이 나는지 알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몇 년째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내 방식보다 일이 정해 둔 방식에 맞춰 움직이게 됩니다. 내가 원래 무엇을 잘하던 사람인지가 흐려지는 거죠.

9WAY 직장인 강점 진단은 약 10분이면 끝나고 무료입니다. 재능을 27가지 강점 DNA로 세밀하게 나눠 보고, 그 결과를 "회의가 막힐 때 다른 각도의 안을 먼저 꺼냅니다" 같은 행동 문장으로 돌려줍니다. 강점 리포트에는 내가 팀에서 주로 맡는 강점 역할이 아홉 가지로 나뉘어 비중까지 나옵니다. 이걸 보면 앞과 뒤 중 어느 쪽 일이 손에 맞을지 고르기 쉬워져요. 예를 들어 '추진'이 높은 사람은 무엇을 할지 정하는 앞쪽 일이, '평가'가 높은 사람은 결과를 따져 원인을 설명하는 뒤쪽 일이 더 잘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9WAY 강점 리포트의 9가지 강점 역할 분석 — 추진과 평가에 비중이 몰려 있어 어느 쪽 일이 손에 맞는지 보인다

9WAY 강점 리포트의 '9가지 강점 역할 분석' 화면입니다. 김봉준 대표 본인의 결과로, 추진과 평가에 힘이 몰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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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단계 어려운 일을 맡고 싶은데 어느 쪽으로 넓힐지 못 고르는 분
  • 다음 면담이나 언젠가의 면접에서 내가 잘하는 일을 말로 설명해야 하는 분

이런 분께는 맞지 않습니다.

  • 맡고 싶은 일이 이미 정해진 분. 진단보다 이번 주에 그 말을 꺼내는 게 먼저입니다.
  • 몸이 먼저 탈이 난 분. 진단보다 쉬는 것과 상담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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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무엇부터 하면 될까요?

지금 처지에 맞는 것 하나만 하면 됩니다.

  • 그 느낌이 막 들기 시작했다면 오늘 첫째 질문에 한 줄을 적어 보세요. 써지면 그 한 줄을 키우면 되고, 안 써지면 다음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 한 줄이 안 써졌다면 지금 일의 바로 앞과 뒤를 적고, 하나를 골라 이번 주 안에 위의 말 가운데 하나로 꺼내 보세요.
  • 무엇을 더 맡을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9WAY 무료 진단으로 내가 힘이 나는 방식부터 확인하세요. 결과의 행동 문장이 무엇을 맡을지 고르는 기준이 됩니다.

"여기 있으면 계속 여기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 느낌을 덮어 두지 말고 이번 주에 한 줄부터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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