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라고 해도 팀원이 말하지 않는다면
한 팀장이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회의에서 다 같이 보던 자료에 틀린 내용이 있었는데, 팀원 넷이 알고도 회의가 끝날 때까지 아무 말을 안 했다는 겁니다. 억울할 만합니다. 평소에 몇 번이나 부탁했다고 하니까요. 아니면 아니라고 바로 얘기해달라고요.
그런데 이 글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팀장 편이 아니었습니다.
"팀원을 그렇게 만든 팀장님 태도 문제로 보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번 더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태도라고 하면 사람이 문제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진짜 단서는 본문 안에 있었거든요.
단서는 이 한 줄이었습니다
팀장이 쓴 문장 중에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예전엔 그래도 팀원들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이라도 하더니."
예전엔 말했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조용한 팀은 없습니다. 말하다가 멈춘 팀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침묵은 성격도 아니고 의욕의 문제도 아닙니다. 대답입니다. 지난번에 아니라고 말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대답이요.
말했더니 분위기가 싸해졌거나, 말한 사람이 그 일을 떠안았거나, 말해도 결론이 그대로였거나. 이런 일이 두어 번만 쌓여도 사람은 계산을 끝냅니다. 말해서 얻는 게 없구나, 하고요.
요청은 한 번이고, 경험은 매번입니다
여기가 리더가 가장 자주 걸리는 지점입니다. 말하라고 요청했으니 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은 요청을 듣고 말하는 게 아니라, 지난 발언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보고 말할지를 정합니다. 요청은 한 번이지만 경험은 매번 쌓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언제나 최근 경험 쪽을 믿습니다.
구글이 사내 180개 팀을 몇 년에 걸쳐 분석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서도 잘되는 팀의 1순위 조건은 똑똑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는 말해도 안전하다는 감각, 심리적 안전감이었습니다. 이 개념을 처음 정리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도 심리적 안전감을 성격이 아니라 팀이 함께 만든 경험의 결과로 설명합니다.
이견이 나왔을 때의 반응이 다음 발언을 정합니다
그래서 바꿀 수 있는 지점은 회의 시작이 아니라 이견이 나온 그 순간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반응 하나만 달라져도 다음 회의가 달라집니다.
| 팀원이 이렇게 말했을 때 | 말문을 좁히는 반응 | 말문을 넓히는 반응 |
|---|---|---|
|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데요?" | "어디가 걸리는지 조금만 더 말해줄래요?" |
| 다른 안을 냈을 때 | "그거 해봤는데 안 돼요" | "전에 막혔던 지점이 있는데, 같이 한번 볼까요" |
| 위험을 지적했을 때 |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면 안 되죠" | "그 위험이 현실이 되면 뭐가 제일 커질까요?" |
| 말이 길어질 때 | 시계를 보거나 말을 자름 | "두 가지는 들었어요. 세 번째만 마저 말해줘요" |
| 결국 원안대로 갈 때 | 그냥 진행 | "○○님 지적은 이 부분에 반영했고, 나머지는 이래서 그대로 갑니다" |
| 지적이 사실과 다를 때 | "그건 잘못 알고 계신 거예요" | "그 부분은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
| 아무도 말이 없을 때 | "다들 동의하시죠?" | "반대 의견을 일부러 하나만 찾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
오른쪽 반응들의 공통점은 동의해주는 게 아닙니다. 말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게 처리하는 것입니다. 반대를 받아들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줄처럼, 안 받아들일 때도 왜 안 받아들이는지를 말해주면 그 발언은 처리된 겁니다. 사람은 자기 말이 채택되지 않아서 입을 닫는 게 아니라, 자기 말이 아무 데도 안 닿아서 입을 닫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우리 팀이 지금 어느 쪽인지 알아보려면 회의 분위기를 관찰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만 떠올려보시면 됩니다.
"누가 나한테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한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나?"
떠오르면 괜찮은 상태입니다. 안 떠오른다면 다들 동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말하기를 그만둔 것입니다. 동의와 침묵은 겉모습이 같아서, 세어보기 전까지는 구분이 안 됩니다.
되돌리는 방법도 거창하지 않습니다. 다음 회의에서 지난번 이견 하나를 이름과 함께 꺼내면 됩니다. "지난주에 ○○님이 걸린다고 했던 부분, 그게 맞았습니다." 이 한 문장이 요청 열 번보다 크게 작동합니다. 말이 어디로 가는지를 사람들이 눈으로 보게 되니까요.
팀원 입장이라면
이 구조는 반대쪽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내 침묵도 내가 보내는 대답이거든요. 그리고 상대는 그 대답을 대개 다르게 읽습니다. 동의로 읽거나, 관심 없음으로 읽습니다.
그래서 다 말하기 어렵다면 하나만 정해두시면 됩니다. 결정이 뒤집히기 어려워지는 지점 직전에는 한 번 말한다. 자료가 밖으로 나가기 전, 일정이 확정되기 전 같은 순간입니다. 그 자리에서 한 문장만 남겨도 나중에 혼자 감당하는 몫이 줄어듭니다.
다만 리더 탓만은 아닙니다
침묵을 전부 리더 개인의 태도로 돌리면 고칠 수 있는 게 오히려 줄어듭니다. 구조에서 오는 침묵도 많거든요.
말한 사람이 그 일의 담당자가 되는 관행이 있으면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회의가 결정을 통보하는 자리로 굳어 있어도 말할 자리가 없습니다. 인원이 빠듯해서 이견을 내면 그대로 야근이 되는 팀도 그렇습니다. 이건 반응을 바꿔서 풀리는 게 아니라 규칙을 바꿔야 풀립니다. 말한 사람과 맡을 사람을 분리하겠다고 공지하는 것처럼요.
팀에서 내 의견이 어떻게 다뤄지는지가 소속감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일터에서의 소속감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정리하면
- 침묵은 성격도 의욕도 아니라 지난 발언이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한 대답입니다
- 처음부터 조용한 팀은 없습니다. 말하다가 멈춘 팀이 있을 뿐입니다
- 사람은 요청을 듣고 말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보고 말합니다. 요청은 한 번, 경험은 매번입니다
- 바뀌는 지점은 회의 시작이 아니라 이견이 나온 그 순간의 반응입니다
- 확인은 하나로 됩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를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인가"
- 안 떠오르면 동의가 아니라 중단입니다
말하라고 부탁하는 대신, 지난번에 말한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편이 빠릅니다. 팀은 그걸 보고 다음을 정합니다.
팀원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어디서 말문이 막히는지 확인해보고 싶으시면 9WAY 강점 진단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커리어 방향, 전문가와 함께 설계하세요
강점 기반 진로 탐색과 커리어 전략을 CareerTech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글
맞는 말인데 정떨어지는 말투 5가지, 들었을 때 짧게 답하는 말
틀린 말은 아닌데 듣고 나면 정떨어지는 말은, 내용 옆에 "내가 너보다 위야"가 같이 실려 오기 때문에 기분이 상합니다. 속이 좁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듣는 사람이 그 실려 온 것까지 알아들은 겁니다. 문제는 이런 말이 대개 틀리지 않았다는 데 있어요. 따질 데가 없으니 "맞는 말이니까 참아야지" 하고 넘기게 되죠. 그런데 그런 말을 몇 번 듣고 나면 그...
욱하는 성격이라는 선배가 나한테만 화낼 때, 짧게 받는 말 모음
"내가 원래 욱하는 성격이라 그래." 이 말을 들었다면 그 사람이 팀장이나 더 윗사람 앞에서도 그러는지 한 번 보세요. 윗사람 앞에서 참는 사람이라면 나한테도 참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화는 내가 맞춰 드려야 할 성격이 아닙니다. 그런데 막상 그 말을 들으면 마음이 복잡하죠. '내가 예민한가?', '이 정도도 못 받아 주면 속 좁은 건가?' 싶어서 "괜...
용서했는데 그 사람이 자꾸 떠오른다면, 용서와 헷갈리는 세 가지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아직 떠오른다면, 그 일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겁니다. 속이 좁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아팠다는 걸 인정하기 전에 "괜찮아요"로 먼저 덮어 두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용서한 척 넘긴 일이 제일 오래 남아요.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흔합니다. 회의에서 나를 깎아내렸던 전 팀장, 내가 한 일을 자기 성과처럼 보고한 동료. 그때는 "...
보고서 쓸 때마다 글재주가 없다고 느낀다면, 고칠 시간부터 챙기세요
보고서를 쓸 때마다 '나는 글재주가 없나 봐' 싶다면, 다음 보고서는 마감 날과 따로 '다 쓰는 날'을 하루 앞에 달력에 적어 보세요. 글 잘 쓰는 사람은 재주보다 고칠 시간을 먼저 챙겨 둔 사람입니다. 보고서를 냈는데 팀장이 여기저기 줄을 그어 돌려줄 때가 있죠. 고친 문장을 보면 내가 하려던 말이 맞는데, 내 문장은 왜 그렇게 안 읽혔을까 싶습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