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야근하는데 일이 안 줄어든다면 — 낮 여덟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부터

매일 야근하는데 일이 안 줄어든다면 — 낮 여덟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부터

회사에 이런 동료가 있다고 합니다. 6시 땡 하면 그냥 나가고, 회식도 1차만 하고 빠지고, 야근은 한 달에 두세 번. 그런데 인사평가도 큰 프로젝트도 전부 그 사람이 챙겨간다고요.

이 이야기를 올린 분은 정반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눈치 보고, 회식 끝까지 남고, 주는 대로 술도 다 마시고, 매일 아등바등 야근하고요. 그래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일? 솔직히 차이 없다고 봅니다." "맨날 남아서 야근하는 저만 바보 같습니다."

억울한 마음이 그대로 읽힙니다. 그런데 답은 이 글 안에 이미 적혀 있었습니다. 글쓴이가 직접 쓴 문장인데 본인만 그게 답인 줄 몰랐던 거죠.

"업무 시간에 보면 그냥 말없이 자기 모니터만 보고 있는데."

낮 여덟 시간은 두 사람한테 똑같이 있습니다

그 여덟 시간을 한 사람은 일에만 썼습니다. 그리고 글쓴이는 그중 얼마를 사람 신경 쓰는 데 썼습니다.

이런 것들입니다.

  • "이 메일 이렇게 보내면 기분 나빠하시려나."
  • "지금 자리 뜨면 이상해 보이려나."
  • "이거 물어보면 귀찮아하시려나."
  • "아까 그 말투, 나한테 화난 건가."

하나하나는 몇 초짜리입니다. 그런데 하루에 스무 번이면 한 시간이 넘어갑니다. 회사에서 제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건 일이 아니라 눈치입니다.

눈치가 나쁜 건 아닌데, 값이 붙습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눈치를 보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 신경 쓰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요. 그건 대개 같이 일하는 사람을 배려하려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눈치는 시간을 똑같이 쓰면서 아무것도 안 남긴다는 겁니다. 한 시간을 썼는데 보여줄 게 없어요. 그럼 그 한 시간을 어디서 채우겠습니까. 저녁에 채웁니다. 그게 야근입니다.

그리고 눈치의 진짜 비용은 그 몇 초가 아닙니다. 멈췄다가 다시 붙는 데 드는 시간이 더 큽니다. 소피 르로이가 2009년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실은 주의 잔여 연구를 보면, 앞의 일을 끝내지 못한 채 다음 일로 넘어가면 주의의 일부가 앞의 일에 남아 있어서 새 일의 성과가 떨어집니다.

메일 문장 하나를 고르다 멈춘 3초가 3초로 안 끝나는 게 그래서입니다. 그 메일이 마음에 걸린 채로 다음 일을 하니까, 다음 일도 평소만큼 안 됩니다.

오늘 하루, 사람 때문에 멈췄던 순간부터 찾습니다

시간 관리부터 손대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시간을 관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먼저 오늘 하루만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일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멈췄던 순간이 언제였는지요.

하나만 떠올리려고 해도 대부분 두세 개가 같이 나옵니다. 아래 유형 중에 어디에 걸리시는지 보시면 빠릅니다.

멈추는 장면 실제로 하고 있는 일 대개 걸리는 시간
메일·메신저 문장을 고르고 또 고침 상대 기분을 미리 계산 한 건에 3~10분
물어보려다 말고 혼자 찾아봄 귀찮아할까 봐 판단 보류 한 건에 20분~반나절
자리를 뜨기 전에 주변을 살핌 어떻게 보일지 확인 하루 여러 번, 몇 초씩
회의에서 할 말을 속으로 다듬다 못 함 타이밍과 반응 예측 회의 내내
보고 시점을 계속 미룸 상대 기분 좋은 때를 기다림 반나절~하루
회식·자리를 끝까지 지킴 빠졌을 때 인상을 관리 저녁 통째로
다른 사람 말투를 되짚음 나한테 화났는지 판단 그날 내내 간헐적

여기서 제일 자주 나오는 것 딱 하나만 고르시면 됩니다. 여러 개를 한 번에 고치려 들면 그것대로 새로운 눈치가 됩니다.

고른 하나는 없애는 게 아니라 바꿔 끼웁니다

멈추던 자리를 그냥 비워두면 다시 멈추게 됩니다. 그 자리에 할 행동을 하나 정해두시는 게 낫습니다.

고른 장면 다음부터 이렇게
메일 문장을 계속 고침 3분만 쓰고 보냅니다. 대신 첫 줄에 용건을 먼저 적습니다
물어보려다 참음 "5분만 여쭤도 될까요"로 시간을 먼저 말하고 묻습니다
보고 시점을 미룸 요일과 시간을 정해두고 기분과 상관없이 그때 보고합니다
회의에서 말을 못 함 회의 전에 한 문장만 적어 가고, 그 문장만 말합니다
말투를 되짚음 판단이 필요한 것만 적어두고 나머지는 그날 안 봅니다
자리 뜰 때 눈치를 봄 나갈 시간을 미리 말해둡니다. "저 6시에 나갑니다" 한 번이면 됩니다

하나만 빼도 낮이 그만큼 길어집니다. 그리고 대개는 하나를 바꾸면 다른 것도 같이 줄어듭니다. 멈추는 이유가 대체로 하나거든요.

그런데 눈치를 유독 많이 봐야 하는 팀도 있습니다

이걸 개인의 습관 문제로만 두면 억울한 분들이 생깁니다. 어떤 팀에서는 눈치가 실제로 필요합니다.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달라지고, 물어봤다가 핀잔을 들은 적이 여러 번이면 조심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니까요.

그래서 이 질문도 같이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원래 눈치가 많은 사람인지, 이 팀에 와서 늘어난 건지요. 전 직장에서는 안 그랬는데 지금 유독 그렇다면, 그건 성격이 아니라 환경 쪽입니다.

9WAY가 조직에서 몰입을 볼 때 확인하는 것 중에 소속이 있습니다. 친밀함이나 회식 만족도가 아니라, 내 의견과 질문이 팀 안에서 그냥 다뤄지고 다른 말을 해도 내 자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말합니다. 이게 얇은 팀에서는 사람들이 일 대신 관찰에 시간을 씁니다. 팀원들이 말을 안 하기 시작하는 자리도 대개 여기서 시작됩니다.

남들보다 오래 있는데 남는 게 없다 싶으셨다면

여러분이 일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낮에 쓴 시간 중에 일이 아닌 데로 간 게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쓴 이유도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었고, 실수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시간을 쓴 자기를 탓하실 일은 아닙니다. 다만 값이 붙는다는 걸 알고 쓰시면 됩니다.

야근은 일이 많아서 하는 경우보다, 낮에 눈치 보느라 못 한 일을 저녁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중이 새는 자리를 먼저 막아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더 열심히 하는 게 답이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게 먼저입니다.

사람마다 어디에서 멈추는지가 다릅니다. 관계가 걸리면 멈추는 사람이 있고, 완성도가 걸리면 멈추는 사람이 있죠. 내가 어느 쪽에서 시간을 쓰는 사람인지 궁금하시면 9WAY 강점 진단이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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