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아무리 좋아져도 대신 못 하는 것 — 판단의 기준선
"AI가 이렇게 잘하는데, 몇 년 뒤에 내 일이 남아 있을까요?" 요즘 코칭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입니다. 불안 자체는 정당합니다. 실제로 많은 작업이 AI에게 넘어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이 불안에는 프레임 문제가 하나 숨어 있습니다. AI와 경쟁하려는 프레임입니다.
AI가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
AI는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패턴을 찾고, 답을 만들어냅니다. 이 영역에서 사람이 속도로 경쟁하는 건 이미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이 굴러가는 과정을 뜯어보면, AI가 건드리지 못하는 지점이 두 군데 있습니다.
① 어떤 문제를 중요하게 볼 것인가. 같은 자료를 놓고도 사람마다 다른 질문을 고릅니다. 어떤 기획자는 이탈률을, 어떤 기획자는 첫 경험의 어색함을 문제로 짚습니다. 그 선택은 쌓아온 경험과 관점에서 나오고, AI는 골라준 문제를 풀 뿐 무엇이 문제인지를 대신 정해주지 않습니다. 정해달라고 하면 답은 주지만, 그 답을 채택할지 판단하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② 결과를 어떤 가치에 맞춰 쓸 것인가. 분석 결과가 나왔을 때 그걸로 비용을 줄일지, 고객 경험에 투자할지, 팀을 설득할지 — 방향을 정하는 건 가치 판단입니다.
그러니까 AI 시대에 흐려지는 건 '작업'이고, 오히려 또렷해지는 건 '판단'입니다. 그리고 판단에는 기준선이 필요합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 그 기준선이 분명한 사람은 AI와 경쟁하는 대신 도구로 씁니다. 기준선이 없는 사람은 AI가 내놓는 그럴듯한 답들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고요.
비교 프레임에서 내려오기
여기서 에필로그에 적은 문장을 하나 옮기고 싶습니다. 성적, 스펙, 연봉이라는 한 줄 세우기에서는 한 사람만 앞서고 나머지는 전부 부족해집니다. AI까지 그 줄에 세우면 이제 전원이 부족해지죠. 애초에 서로 다른 역할을 하나의 잣대로 세우는 것부터가 잘못된 비교입니다.
탁월함의 정의를 바꾸면 됩니다. 남보다 뛰어난 상태가 아니라, 내 강점이 필요한 자리에서 고유한 가치를 만드는 상태. 이 정의 안에서는 AI가 경쟁자가 아니라, 내 가치 생산의 속도를 올려주는 도구가 됩니다.
오늘의 기준선 점검 — 세 문항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를 놓고 세 가지만 점검해보세요.
① 지금 나는 잘하는 것을 쓰고 있는가 ② 지금 나는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가 ③ 지금 나는 누군가에게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셋 다 "그렇다"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하나라도 "그렇다"면, 오늘 그 하나를 더 크게 쓰는 일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셋 다 "아니다"가 이어질 때가 진짜 신호입니다 — 그때는 AI가 아니라 자리를 점검할 차례입니다.
AI가 얼마나 좋아지든, "이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그 자리를 채우는 준비가 곧 AI 시대의 커리어 준비입니다.
이 관점의 전체 맥락 — 나다움이라는 기준선을 세우는 순서 — 는 제 책 「내 커리어엔 내가 없었다」 에필로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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