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눈치 보느라 지쳤다면 — 속마음 짐작 대신 쓰는 확인 질문

상사 눈치 보느라 지쳤다면 — 속마음 짐작 대신 쓰는 확인 질문

막 팀장이 된 분이 점심시간에 팀원 자리를 지나가다 모니터를 봤습니다. 화면에는 자기 MBTI 공략법이 잔뜩 떠 있었습니다. 인팁의 즉석즉결, 인팁의 공감법, 인팁의 재촉.

팀장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지 뭘 이런 걸 봐!"

팀원은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팀장님을 이해하기 위한 제 눈물겨운 노력이에요..."

웃긴 이야기지만, 직장인이라면 비슷한 걸 한 번쯤 해 봤을 겁니다. 팀장 말투 하나로 하루 종일 기분을 읽고, 메신저 답장이 늦으면 화가 났는지 재 보고.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정답을 말한 사람은 팀장입니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됩니다.

상사 눈치 보느라 지치는 건 나만 그런가요

많은 사람이 그렇습니다. 대개는 무엇을 기대하는지 들은 적이 없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성격 탓으로 볼 일은 아닙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오래전부터 직원들에게 "나는 회사에서 나에게 무엇이 기대되는지 안다"는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물어 왔습니다. 강하게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 정도였습니다(Gallup, 2016). 갤럽은 이 문항을 일에 몰입하는 조건 가운데 가장 기본으로 꼽습니다. 기대를 모르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엉뚱한 일에 힘을 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대를 모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짐작뿐입니다. 말투를 읽고, 표정을 읽고, 답장 속도를 읽습니다. 그러다 MBTI 공략법까지 찾아보게 되는 겁니다. 눈치를 보는 건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방향만 조금 바꾸면 됩니다.

자리에 앉은 팀원이 책상 위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상사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 기대를 들은 적이 없으면 답장 속도로 속마음을 짐작하게 된다

유형으로 상사를 읽으면 왜 자꾸 빗나갈까요

유형 설명은 그 사람의 평소 경향을 말해 줄 뿐입니다. 오늘 이 일에서 그 사람이 원하는 걸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같은 팀장도 어떤 보고서는 오늘 안에 대충이라도 받고 싶어 하고, 어떤 보고서는 일주일이 걸려도 꼼꼼하게 받고 싶어 합니다. 윗선에서 무엇을 물었는지, 어느 회의에 들고 갈 건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건 유형 설명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 팀장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짐작이 빗나가도 모른다는 겁니다. "즉석즉결하는 유형이니까 빨리 드리자" 하고 급하게 냈는데 사실 팀장은 꼼꼼한 걸 원했다면, 팀장은 "왜 이렇게 대충 했지?" 하고, 팀원은 "빨리 드렸는데 왜 표정이 안 좋지?" 합니다. 둘 다 이유를 모른 채 다음 짐작으로 넘어갑니다.

무엇을 물어보면 되나요

상사가 일을 줄 때 머릿속에 이미 정해 둔 건 대개 세 가지입니다. 이 셋만 확인하면 짐작할 게 거의 남지 않습니다.

  • 기한 — 언제까지 필요한가. "오늘 중에 필요하세요, 이번 주 안이면 되세요?"
  • 수준 — 얼마나 다듬어야 하는가. "대략적인 초안이면 될까요, 바로 올릴 수 있게 꼼꼼하게 해야 할까요?"
  • 방식 — 어떻게 받고 싶은가. "초안 먼저 보여 드릴까요, 완성해서 드릴까요?"

저는 이런 질문 하나하나가 그 팀장과 나의 관계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몇 번 묻고 답하다 보면 팀장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나중에는 묻지 않아도 맞히게 됩니다. 검색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정보입니다.

상황별로 바로 쓸 수 있는 확인 질문

자주 겪는 상황별로 모아 뒀습니다. 지금 내 상황과 가까운 줄을 골라 그대로 쓰시면 됩니다.

이럴 때 이렇게 물어보세요 확인되는 것
새 일을 받았을 때 "이거 오늘 중에 필요하세요, 꼼꼼하게 필요하세요?" 기한과 수준을 한 번에
"급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몇 시까지 드리면 될까요? 지금 하던 ○○는 그 뒤로 미뤄도 될까요?" 진짜 마감과 우선순위
"알아서 해 봐"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럼 A 방향으로 수요일까지 초안 드려 볼게요. 다르면 그때 말씀 주세요." 내 안에 대한 동의
보고서를 쓰기 전 "이 보고서, 누가 보시는 거예요? 결론만 있으면 될까요, 근거까지 필요할까요?" 읽을 사람과 분량
수정 요청을 받았을 때 "고칠 곳이 이 부분만이에요, 전체적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까요?" 수정 범위
일이 두 개 겹쳤을 때 "A랑 B가 둘 다 금요일인데, 하나만 먼저 끝낸다면 어느 쪽일까요?" 우선순위
메신저로 "음.."만 왔을 때 "혹시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한 줄만 알려 주세요. 바로 고칠게요." 불만인지, 그냥 바쁜 건지
회의가 끝났을 때 "오늘 회의에서 제가 할 건 ○○이고 금요일까지 맞을까요?" 내 몫과 기한
처음 해 보는 일일 때 "예전에 비슷하게 했던 자료가 있으면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기대 수준의 실물
보고 방식이 궁금할 때 "진행 상황은 매일 짧게 드릴까요, 끝나고 한 번에 드릴까요?" 중간 보고 빈도

오른쪽 칸을 보면, 질문 하나마다 팀장 머릿속에 있던 정보가 하나씩 밖으로 나옵니다. 짐작으로 몇 시간을 쓰던 걸 10초짜리 질문 하나로 끝내는 셈입니다.

팀장 자리 옆에서 팀원이 수첩에 짧게 메모하고, 뒤에서 팀장이 설명하고 있다 — 일을 받는 그 자리에서 기한과 수준을 물어 적어 두면 짐작할 게 남지 않는다

물어보면 일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잘 물으면 오히려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차이는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있습니다.

  • 선택지로 묻습니다. "어떻게 할까요?"는 상사에게 생각할 일을 떠넘깁니다. "A로 할까요, B로 할까요?"는 상사가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 일을 받는 그 자리에서 묻습니다. 한참 하다가 돌아와서 물으면 그동안 한 일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 지시를 받을 때 한 번에 묻는 게 가장 좋습니다.
  • 묶어서 한 번에 묻습니다. 기한, 수준, 방식을 세 번에 나눠 묻지 말고 한 문장에 담습니다. "금요일까지 초안으로 드리면 될까요?"처럼요.
  • 내 안을 먼저 붙입니다. 특히 "알아서 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그렇습니다. 빈손으로 다시 묻지 말고, 내가 생각한 방향을 먼저 말하고 맞는지 확인합니다.

이 네 가지를 지키면 질문은 "이 사람은 헛수고를 안 하는구나"로 들립니다. "아직 모르는구나"로 들리지 않습니다.

팀장이라면 먼저 말해 주세요

이 이야기의 팀장은 팀원에게 먼저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지"라고 말했습니다. 그 한마디가 팀원에게는 물어봐도 된다는 허락이 됩니다.

팀장 입장이라면 한 걸음 더 갈 수 있습니다. 일을 줄 때 기한, 수준, 방식을 먼저 말해 주는 겁니다. "이건 금요일까지, 초안이면 돼요. 중간에 한 번 보여 줘요." 이 한 줄이면 팀원은 MBTI 공략법을 찾아볼 이유가 없습니다.

정리하면

  • 상사 눈치를 보느라 지치는 건 대개 무엇을 기대하는지 들은 적이 없어서입니다.
  • 갤럽 조사에서도 자기에게 무엇이 기대되는지 분명히 안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 정도였습니다.
  • 유형 설명은 평소 경향일 뿐, 오늘 이 일에서 상사가 원하는 걸 알려 주지 않습니다. 빗나가도 모릅니다.
  • 확인할 건 세 가지입니다. 기한, 수준, 방식.
  • 선택지로, 일을 받는 그 자리에서, 묶어서, 내 안을 붙여서 묻습니다.
  • 팀장이라면 일을 줄 때 세 가지를 먼저 말해 줍니다.

다음에 일을 받으면,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한 문장만 물어보세요. "이거 오늘 중에 필요하세요, 꼼꼼하게 필요하세요?" 그 대답이 오늘 하루의 짐작을 대신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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