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조언대로 했는데 후회된다면, 확인할 질문 하나

선배 조언대로 했는데 후회된다면, 확인할 질문 하나

믿을 만한 선배가 강하게 권해서 그대로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람은 이미 발을 빼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그 사람이 나를 속인 걸까"입니다. 그다음은 "내가 바보였나"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둘 다 아닙니다.

얼마 전에 이런 글을 봤습니다. 예적금만 하던 분이 친한 과장님의 권유로 적금을 깨고 주식을 샀습니다. 길게 봐야 한다는 말을 듣고 계좌를 들여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한참 뒤에 열어보니 손실이 1,300만 원이었습니다. 과장님에게 물었더니 자기는 오른 김에 일부를 팔아뒀다고 했습니다. 왜 말해주지 않았냐고 하니, 자기는 산 가격이 낮으니 그렇게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댓글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말은 "투자는 본인 선택"이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이 일에서 배울 게 잘잘못 하나뿐이라면 아까운 이야기입니다. 회사에서도 똑같은 구조가 매일 굴러가고 있으니까요.

조언은 정보가 아니라 그 사람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입니다

우리는 조언을 정보처럼 받습니다. 사실이니까 누가 언제 받아도 똑같이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언은 정보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입니다. 같은 산이라도 중턱에서 보는 것과 정상에서 보는 것이 다르듯이, 조언도 말하는 사람의 조건 안에서만 참입니다.

앞의 과장님도 거짓말을 한 게 아닙니다. 산 가격이 낮은 사람에게는 "길게 보라"가 실제로 맞는 말입니다. 버틸 여유가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 문장이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그대로 건너갔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문장인데 자리가 달라서 다르게 작동한 겁니다.

회사에서 오가는 말도 그렇습니다.

  • "여기서 몇 년은 더 버텨라" —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의 계산입니다
  • "그 팀은 가지 마라" — 그 사람이 그 팀에서 겪은 일이 기준입니다
  • "지금 옮기면 손해다" — 그 사람의 연차와 시장 가치로 본 판단입니다

이렇게 말해주는 분들은 대부분 진심입니다. 악의가 있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그럼 왜 조언이 상할까요

조언이 상하는 건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구조 때문입니다. 세 가지가 겹칩니다.

첫째, 조언은 말한 순간에 박제됩니다. 문장은 그 자리에서 멈추는데 말한 사람은 계속 움직입니다. 그 사람은 자기 조건이 바뀌면 조용히 자기 행동을 바꿉니다.

둘째, 그 변경은 나에게 통보되지 않습니다. 일부러 숨기는 게 아니라, 자기 결정을 남에게 다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의 과장님도 물어보기 전까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나는 그 사람의 조건을 모릅니다. 산 가격, 남은 현금, 가족 상황, 다음 계획. 이런 건 조언에 딸려오지 않습니다. 결론만 건너옵니다.

그래서 조언이 틀리는 게 아니라, 조언이 나에게 도착할 때쯤엔 이미 지난 풍경이 되어 있는 겁니다.

살아 있는 조언인지 어떻게 확인할까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질문 하나면 됩니다.

"그 사람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나?"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면 그 조언은 살아 있습니다. 본인은 벌써 바꿨는데 나한테만 남아 있다면 그건 지나간 조언입니다.

이걸 굳이 캐물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들은 조언 확인하는 한마디
"여기서 몇 년은 더 버텨" "선배님은 그때 몇 년 차에 그렇게 정하셨어요?"
"그 팀은 가지 마라" "지금도 그 팀은 그래요? 최근에 바뀐 건 없고요?"
"이 자격증은 꼭 따야 해" "따고 나서 실제로 어디에 쓰셨어요?"
"그 방식으로 하면 돼" "요즘도 그렇게 하세요?"
"지금 옮기면 손해야" "선배님이라면 지금 조건에서 어떻게 하실 것 같아요?"
"그 사람한테는 이렇게 말해" "그렇게 해서 잘 풀린 적이 최근에 있으셨어요?"
"이 시장은 앞으로 커져" "그래서 지금 어디에 시간을 쓰고 계세요?"
"그건 그냥 참는 게 나아" "참고 나서 나중에 정리는 되셨어요?"

오른쪽 문장들은 따지는 말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자리를 확인하는 말입니다. 대부분은 흔쾌히 답해줍니다. 오히려 이렇게 물으면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그 구체적인 부분에 진짜 쓸 만한 게 들어 있습니다.

조언은 따르는 게 아니라 옮기는 것입니다

확인이 끝났으면 그다음이 있습니다. 조언을 내 자리로 옮기는 일입니다.

옮긴다는 건 이런 뜻입니다.

  1. 그 사람의 조건을 적어봅니다. 연차, 위치, 이미 가진 것, 잃어도 되는 범위.
  2. 내 조건을 그 옆에 적습니다. 같은 칸에 다른 값이 들어갑니다.
  3. 다른 칸을 봅니다. 그 칸이 결론을 바꿉니다.

앞의 사례로 하면 이렇습니다. 과장님은 산 가격이 낮았고, 이분은 적금을 깬 돈이었습니다. 이 한 칸이 다르면 "길게 보라"는 조언은 같은 문장이어도 완전히 다른 행동이 됩니다.

회사 일도 같습니다. "그 프로젝트 맡지 마라"는 조언을 들었을 때,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실적이 있어서 안 맡아도 되는 사람이었을 수 있습니다. 나는 보여줄 게 아직 없는 상태일 수 있고요. 그러면 같은 조언이 나에게는 반대로 작동합니다.

그럼 조언을 듣지 말라는 건가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조언을 안 듣는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 하나만 가지고 판단합니다. 그게 제일 좁습니다. 여러 사람의 풍경을 모으면 지도가 넓어집니다.

그리고 조언 중에는 자리와 상관없이 오래 유효한 것도 있습니다. 대체로 결론이 아니라 판단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조언이 그렇습니다. "그 종목 사"는 자리에 매여 있지만, "돈을 넣기 전에 최악의 경우 얼마까지 잃어도 괜찮은지 먼저 정해라"는 어느 자리에서나 작동합니다.

그래서 조언을 받을 때 하나만 구분하시면 됩니다. 결론을 받았는가, 판단 방법을 받았는가. 결론은 유통기한이 짧고, 방법은 깁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확인해봤더니 지나간 조언이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미워할 일은 아닙니다. 그 사람은 그때 진심이었고, 이후에 자기 상황이 바뀐 것뿐입니다. 여기서 관계를 상하게 하면 다음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까지 없어집니다. 확인은 조용히 하고, 판단은 내가 하면 됩니다.

정리하면

  • 조언은 정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입니다
  • 조언은 말한 순간 박제되고, 말한 사람은 계속 움직입니다. 그 변경은 나에게 통보되지 않습니다
  • 확인하는 질문 하나: "그 사람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나?"
  • 조언은 따르는 게 아니라 내 자리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조건과 내 조건을 나란히 놓고 다른 칸을 봅니다
  • 결론은 유통기한이 짧고, 판단 방법은 깁니다

누구를 믿을지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좋은 사람의 좋은 말도 내 자리에 안 맞으면 나를 다치게 합니다. 반대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의 말이라도 방법을 알려주는 말이면 오래 씁니다.

무엇을 받아 적고 무엇을 흘려보낼지는, 결국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정해집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판단하고 어떤 자리에서 잘 작동하는 사람인지 궁금하시면 9WAY 강점 진단을 참고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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