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소리를 듣던 팀장이, 지금은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하는 이유
한 직장인이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평소 존경하던 팀장이 알고 보니 대표의 가까운 친척이었다는 겁니다. 같은 팀에서 일하면서도 몰랐다가 그날 처음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결말이 좀 다릅니다. 그 팀장은 소문난 워커홀릭에 일도 잘했고, 덕분에 팀 분위기까지 좋았다고 합니다. 입사 초에는 낙하산 소리를 들으며 고생을 많이 했다는데, 지금은 그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실력으로 증명했다는 말로 끝내기엔 조금 아깝습니다. 여기에는 꽤 오래된 원리가 하나 들어 있거든요.
소문의 크기에는 공식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와 레오 포스트먼이 2차 세계대전 시기의 유언비어를 연구해 1947년에 정리한 공식이 있습니다. 『소문의 심리학』에 나오는 내용인데, 이렇게 요약됩니다.
소문의 크기 = 중요성 × 모호함
두 값의 곱입니다. 곱이라서 둘 중 하나가 0이 되면 소문 자체가 0이 됩니다. 사람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모호하지 않고 이미 다 알려져 있으면 소문은 자라지 않습니다.
낙하산 이야기가 오래 도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인사와 관련된 일이라 중요도가 높고,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지는 아직 모르니 모호함도 높습니다. 두 값이 다 크면 소문은 잘 자랍니다.
해명이 잘 안 되는 이유
억울하면 자연스럽게 해명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런데 공식에 대입해보면 왜 그게 잘 안 되는지가 보입니다.
해명은 중요성을 키웁니다. 굳이 해명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는 뜻으로 읽히니까요. 조용하던 사람들도 "그런 얘기가 있었어?" 하고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모호함은 줄이지 못합니다. 해명을 들은 사람은 이제 그 해명이 사실인지를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판단할 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고, 모호함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커집니다.
그래서 해명은 대개 소문을 키우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열심히 할수록 그렇습니다.
모호함을 줄이는 건 결과물입니다
모호함을 줄이는 건 말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결과입니다.
"저 사람 낙하산이야"라는 말에, 그 사람이 끝까지 끌고 간 프로젝트가 겹쳐 보이기 시작하면 소문은 재미가 없어집니다. 반박당해서가 아니라 시시해져서 죽습니다. 옮길 맛이 없어지는 거죠. 소문은 틀렸다고 판명될 때가 아니라 지루해질 때 사라집니다.
결과가 쌓이면 해석까지 바뀝니다
앞의 글에서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 재미있었습니다.
"그 정도면 낙하산이 아니라 대표가 인맥으로 스카우트한 거다."
사실은 하나도 안 바뀌었습니다. 친척이 채용된 것도 그대로고요. 그런데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낙하산에서 스카우트로요. 결과가 충분히 쌓이면 소문이 죽는 걸 넘어서 같은 사실의 해석까지 뒤집힙니다.
지금 붙은 꼬리표는 무엇으로 시시해지나
꼬리표마다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지점이 다릅니다. 그 모르는 자리를 채우는 결과물이 그 꼬리표를 지웁니다.
| 붙은 꼬리표 | 사람들이 모르는 것 | 그 자리를 채우는 결과물 |
|---|---|---|
| 낙하산·인맥 |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인지 |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끌고 간 건 하나 |
| 아직 신입이라 | 어디까지 맡겨도 되는지 | 두 번 안 물어봐도 되는 결과물의 반복 |
| 전공·학벌이 다르다 | 기본기가 있는지 | 그 분야 기준으로 검증되는 산출물 |
| 전 회사 얘기가 따라온다 | 지금 여기서는 어떤지 | 지금 팀에서의 최근 기록 |
| 나이가 어리다·많다 | 속도나 유연성이 되는지 | 새 방식을 먼저 익혀 팀에 넘긴 사례 |
| 육아·공백이 있었다 | 몰입이 되는지 | 약속한 일정을 지킨 기록의 누적 |
| 정치만 잘한다 | 실무를 아는지 | 내 이름으로 나가는 실무 결과물 |
| 조용해서 존재감이 없다 | 무슨 일을 하는지 | 남들 눈에 남는 자리의 기록 |
오른쪽에 있는 건 전부 말이 아니라 남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열 개를 만들어야 지워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 사람 이름을 들었을 때 같이 떠오르는 게 하나 생기면 됩니다.
그래도 해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전부 결과물로 덮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래에 해당하면 말로 정정하는 게 맞습니다.
- 사실관계가 틀렸고, 그게 평가나 인사에 실제로 반영될 때. 이건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 특정한 사람이 반복해서 퍼뜨릴 때. 이때는 소문을 상대하지 말고 그 사람과 직접 이야기하는 게 빠릅니다.
- 공식 문서에 남을 때. 보고서나 인사 기록에 들어간 내용은 정정을 요청해야 합니다.
다만 방법이 중요합니다. 한 번, 짧게, 사실만 말하고 끝냅니다. 여러 번 반복하는 순간 중요성만 키우는 쪽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정정한 뒤에는 다시 결과물 쪽으로 돌아오는 게 좋습니다. 결국 모호함을 줄이는 건 그쪽이니까요.
정리하면
- 소문의 크기 = 중요성 × 모호함입니다(올포트·포스트먼, 1947)
- 해명은 중요성을 키우고 모호함은 줄이지 못해서 대개 역효과가 납니다
- 모호함을 줄이는 건 눈에 보이는 결과물입니다
- 소문은 반박당할 때가 아니라 시시해질 때 죽습니다
- 결과가 충분히 쌓이면 같은 사실의 이름까지 바뀝니다. 낙하산이 스카우트가 되듯이
- 사실관계 오류가 평가에 반영되거나 공식 기록에 남을 때는 한 번, 짧게 정정합니다
지금 어떤 꼬리표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해명할 말을 다듬는 대신 이걸 물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소문을 시시하게 만드는 결과물은 뭘까. 신입이라는 꼬리표도, 학벌도, 전 회사 이야기도 구조는 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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