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고민될 때 적는 두 줄 목록 — 싫은 것, 그리고 당연하게 받는 것
가끔 예전 회사 근처를 지나갈 때면 괜히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회사는 답답해서 스스로 나온 대기업입니다. 다닐 때는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가장 다시 다니고 싶은 회사가 됐다고 합니다.
이분이 지난 9월 직장인 커뮤니티 리멤버에 올린 글 「대기업 퇴사한 거 후회합니다..」에는 나오기 전과 나온 뒤가 다 적혀 있습니다. 나오기 전에는 싫은 것만 보였고, 나오고 나서야 받고 있던 것이 보였습니다.
회사를 나갈지 고민하고 계신다면, 이분이 나오기 전에 적지 못한 한 줄이 있습니다. 싫은 것 옆에 지금 당연하게 받고 있는 것을 적는 줄입니다. 이 글에는 그 두 줄 목록을 어떻게 적는지, 다 적은 다음에는 어떻게 정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이미 나와서 후회하고 있는 분께 드릴 이야기도 끝에 적었습니다.
답답해서 나가고 싶은 마음, 배부른 소리일까요?
답답한 건 진짜입니다.
이분이 다닐 때 힘들었던 건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회의 하나 하려면 사람이 몇 명씩 들어오고, 뭐 하나 결정하려면 결재를 받아야 했습니다. 일은 일대로 많은데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었고, 회사의 작은 소모품이 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합니다.
더 답답했던 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힘들다고 하면 다들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금융치료되는데 참아~'
월급 많이 받으면서 무슨 불평이냐는 말입니다. 주변에서는 힘들다는 말을 배부른 소리로 들은 겁니다. 그래서 이분은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여러 도전을 해 보겠다며 회사를 나왔습니다.
이 답답함을 가볍게 볼 이유는 없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어디에 쓰이는지 안 보이고, 힘들다고 말해도 '참아'만 돌아오면 누구라도 나가고 싶어집니다. 이분이 본 건 다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한쪽만 보였습니다.
옮기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이분이 옮긴 곳은 직원 서른 명 정도 되는 회사였습니다. 처음 몇 달은 좋았습니다. 사람이 적으니 눈치 볼 일도 없고, 결정도 빠르고, 알아서 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생각했던 직장생활이 이거였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예전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둘 당연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분이 적은 것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밥값이 지원되는 것
- 휴가를 눈치 안 보고 쓰는 것
- 일에 필요한 장비나 프로그램을 지원받는 것
- 교육받을 기회가 있는 것
일하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사람이 부족하니 안 하던 일까지 계속 맡게 됐고, 누가 그만두면 그 사람 일이 그대로 남은 사람에게 넘어왔습니다. 업무 체계가 안 잡혀 있어서 같은 일을 몇 번씩 다시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분은 이렇게 썼습니다.
"예전 회사에서는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프로세스들이 지금 생각하면 괜히 만들어놓은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그리운 건 사람이었습니다. 그때는 회식 한 번 하는 것도 싫어서 빠지고 싶었고, 회사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나가고 싶을 때는 왜 받는 게 안 보일까요?
싫은 건 매일 부딪히니까 또렷합니다. 받는 건 매일 거기 있으니까 가진 것으로 치지 않게 됩니다.
결재가 세 번 반려된 날은 저녁까지 생각납니다. 그런데 회사 돈으로 점심을 먹은 날을 따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그럴 테니까요. 휴가를 눈치 안 보고 쓴 날도, 막혔을 때 옆자리 선배에게 물어본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똑같이 있는 것에서는 받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분도 밥값 지원이 있다는 걸 몰랐을 리 없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나갈지 따질 때 그걸 저울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분도 나중에 이렇게 썼습니다.
"퇴사할때는 여기서 벗어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제가 가진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가고 싶을 때는 대개 이렇습니다. 싫은 것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다 될 것 같고, 지금 받고 있는 것은 어디를 가든 따라올 것처럼 느껴집니다.
월급 말고 회사가 주는 것,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요?
받는 것 가운데는 돈으로 셀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월급 명세서에 안 찍혀서 안 보일 뿐입니다.
고용노동부가 10인 이상 기업 3,600곳을 조사한 「2025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조사」(2026년 9월 30일 발표)를 보면, 회사가 직원 한 명에게 쓰는 법정외복지비는 한 달 평균 30만 3천 원입니다. 법정외복지비는 법으로 정해진 4대 보험이나 퇴직금 말고, 회사가 따로 챙겨 주는 복지에 드는 돈입니다. 식사비, 교통비, 경조사비, 건강검진 지원 같은 것이 여기 들어갑니다.
| 회사 규모 | 직원 1명에게 쓰는 법정외복지비 (한 달 평균) |
|---|---|
| 전체 (10인 이상) | 30만 3천 원 |
| 300인 이상 | 48만 원 |
| 300인 미만 | 15만 7천 원 |
숫자는 이코노미스트의 2026년 9월 30일 보도를 따랐습니다. 평균으로만 봐도, 300인 이상 회사에서 300인 미만 회사로 옮기면 한 달에 30만 원 넘는 몫이 달라집니다. 교육은 차이가 더 큽니다. 한 해 전 조사(2024 회계연도)에서 300인 미만 기업이 쓴 교육훈련비는 300인 이상 기업의 15.2%였습니다(뉴시스, 2025년 9월 30일 보도).
평균이라 회사마다 차이가 크고, 작은 회사 중에도 복지를 잘 챙기는 곳이 많습니다. 작은 회사만 주는 것도 있습니다. 이분이 처음 몇 달 좋아했던 것, 그러니까 눈치 볼 일이 적고 결정이 빠르고 내가 알아서 하는 일이 많은 것도 받는 것입니다. 회사가 크든 작든 받는 건 다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있으면 안 보이게 됩니다.
나가고 싶을 때 적는 두 줄 목록, 어떻게 적나요?
종이 한 장 가운데에 세로줄을 하나 긋습니다. 왼쪽에는 싫은 것, 오른쪽에는 지금 당연하게 받고 있는 것을 적습니다. 이분의 사연으로 채워 보면 이렇습니다.
| 싫은 것 (나가고 싶게 만드는 것) | 지금 당연하게 받고 있는 것 |
|---|---|
| 회의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 | 점심값을 회사가 낸다 |
| 뭐 하나 정하려면 결재를 몇 번 받아야 한다 | 휴가를 눈치 안 보고 쓴다 |
| 힘들다고 하면 '참아'라는 말만 돌아온다 | 일에 필요한 장비와 프로그램을 회사 돈으로 쓴다 |
| 내가 하는 일이 어디에 쓰이는지 안 보인다 | 누가 그만둬도 그 사람 일이 나한테 다 넘어오지는 않는다 |
왼쪽은 금방 찹니다. 이미 매일 떠오르는 것들이라서요. 오른쪽은 잘 안 채워지는데, 그게 정상입니다. 안 보여서 적는 줄이니까요. 그래서 오른쪽은 머리로 떠올리지 말고, 하루를 처음부터 따라가며 찾습니다.
- 출근할 때 — 회사까지 오는 데 회사가 대신 내 주는 게 있나요? 교통비, 주차비, 셔틀버스 같은 것.
- 자리에 앉았을 때 — 노트북, 모니터, 프로그램 계정 가운데 회사 돈으로 마련한 건 무엇인가요?
- 점심때 — 밥값은 누가 내나요?
- 일하다 막혔을 때 — 누구에게 묻나요? 그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 퇴근할 때 — 정해진 시간에 나갈 수 있나요? 퇴근 뒤에 연락이 오나요?
- 한 달에 한 번 — 월급 말고 따로 들어오거나, 내 돈이 안 나가는 게 있나요?
- 한 해에 한 번 — 휴가, 건강검진, 교육, 명절 선물은 어떤가요?
하루를 이렇게 한 번 훑으면 오른쪽에 대여섯 줄은 생깁니다. 처음 떠올렸을 때보다 많을 겁니다.

그래도 비어 있으면 아래 목록에서 지금 받고 있는 것에 표시해 보세요. 회사마다 다르니 해당하는 것만 고르면 됩니다.
| 묶음 | 지금 당연하게 받고 있을지 모르는 것 |
|---|---|
| 돈 | 점심·저녁 식대, 교통비·주차비, 경조사비, 명절 선물, 건강검진, 성과급, 퇴직연금, 직원 대출 |
| 시간 | 눈치 안 보고 쓰는 연차, 반차, 정시 퇴근, 유연근무·재택, 휴가 중에 연락이 안 오는 것 |
| 일하는 도구 | 업무용 노트북·모니터, 유료 프로그램 계정, 고장 나면 고쳐 주는 IT 담당, 법무·인사·회계를 맡아 주는 부서 |
| 배움 | 교육비 지원, 사내 강의, 옆에서 보고 배우는 선배, 큰 프로젝트에 끼는 기회 |
| 일하는 방식 | 정해진 절차와 결재, 인수인계, 업무 분장, 같은 일을 두 번 하지 않게 막아 주는 체계 |
| 사람 | 같이 일하는 동료, 물어볼 선배, 동기, 내 일을 알아주는 팀장 |
| 회사 이름 | 명함 한 장으로 만나 주는 거래처, 이력서에 남는 경력 |
두 줄을 다 적었다면 어떻게 정하나요?
두 줄을 나란히 놓고 세 가지를 봅니다.
- 왼쪽 항목 옆에 '옮기면 없어지나'를 적습니다. 회의나 결재가 많다는 건 옮기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이 많다는 건 옮겨도 따라올 수 있습니다. 이분도 옮긴 뒤에 안 하던 일까지 맡게 됐습니다.
- 오른쪽 항목 옆에 '옮길 곳에도 있나'를 적습니다. 모르면 물어봅니다. 채용공고의 복리후생 칸, 면접 끝에 질문할 시간,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다 물어볼 곳입니다.
- 두 줄에 다 들어가는 항목을 찾습니다. 이분에게 결재와 절차는 왼쪽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와 보니 같은 일을 몇 번씩 다시 하지 않게 막아 주던 것이었습니다. 오른쪽에도 들어갈 항목이었던 겁니다. 이런 항목은 나갈 이유로 쓰기 전에 한 번 더 볼 만합니다.
두 줄을 다 보고도 나가고 싶다면, 그때는 나가도 됩니다. 이 목록은 무엇을 두고 나가는지 알고 나가게 해 줍니다. 오른쪽 줄을 본 사람은 옮길 곳을 고를 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도 압니다. 나가기로 했다면 사표를 내기 전에 회사 밖 한 사람에게 내 일을 보여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순서는 「퇴사하고 싶은데 겁이 날 때 — 사표보다 먼저 회사 밖 한 명에게 보여 줄 것」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만 왼쪽에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잠을 못 잘 만큼 괴롭다, 몸이 아프다,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이런 것은 오른쪽의 밥값이나 휴가와 맞바꾸지 않습니다. 두 줄을 견주기 전에 나를 지킬 방법부터 찾습니다. 회사 안 고충 처리 창구에 알리거나,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습니다.
이미 나왔는데 후회된다면
이분의 글은 이렇게 끝납니다. 옛 회사 생각 때문에 일에 집중이 안 되고, 지금 회사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진다고요. 시간이 지나면 이런 마음도 좀 괜찮아질지 묻습니다.
이미 나온 분께도 두 줄 목록은 쓸모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지금 회사로 적습니다. 옛 회사의 오른쪽 줄은 이제 누구보다 잘 아실 겁니다. 그만큼 지금 회사의 오른쪽 줄은 잘 안 보입니다. 이분이 처음 몇 달 좋아했던 것, 눈치 볼 일이 적고 결정이 빠르고 내가 알아서 하는 일이 많은 것도 지금은 '당연한 것'이 돼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갈지, 다른 곳으로 옮길지는 그다음에 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회사의 오른쪽 줄까지 적어 둔 사람은, 다음번에는 두 줄을 다 보고 정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 답답해서 나가고 싶은 마음은 진짜입니다. 힘들다는 말이 배부른 소리로 들리면 더 답답해집니다.
- 나가고 싶을 때는 싫은 것만 또렷합니다. 매일 받는 것은 늘 거기 있어서 가진 것으로 치지 않게 됩니다.
- 받는 것 가운데는 돈도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 한 명에게 쓰는 법정외복지비는 한 달 평균 30만 3천 원입니다(고용노동부, 2025 회계연도).
- 종이 가운데 세로줄을 긋고, 왼쪽에 싫은 것, 오른쪽에 지금 당연하게 받고 있는 것을 적습니다.
- 오른쪽은 하루를 따라가며 찾습니다. 출근, 자리, 점심, 막혔을 때, 퇴근, 한 달, 한 해.
- 왼쪽에는 '옮기면 없어지나', 오른쪽에는 '옮길 곳에도 있나'를 적고, 두 줄에 다 들어가는 항목을 찾습니다.
- 두 줄을 다 보고도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됩니다.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은 저울에 올리지 않습니다.
오늘 퇴근길에 오른쪽 줄만 먼저 다섯 개 적어 보세요. 왼쪽은 이미 머릿속에 다 있으니까요.
어떤 회사에서 일이 잘 풀리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힘이 나는지 알고 있으면, 옮길 곳에서 무엇을 꼭 확인해야 할지도 고르기 쉬워집니다. 9WAY 무료 강점 진단으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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