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없다면 — 접었던 분야에서 직업 다섯 개 찾아보기

하고 싶은 게 없다면 — 접었던 분야에서 직업 다섯 개 찾아보기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 버린 사람만 있습니다.

어릴 때 별 보는 게 좋아서 우주 책을 닥치는 대로 읽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한 가지 질문에서 끝내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천문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주변에 천문학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물어볼 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이렇게 정리하고 접었습니다.

"그건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야."

"하고 싶은 게 없어요"라고 말하는 분들 중에는, 이 아이처럼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접은 기억이 있는 분이 많습니다. 이 글은 그 접은 것을 다시 꺼내 보는 이야기입니다.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건, 정말 없는 걸까요

대개는 있었는데, 될 것 같지 않아서 일찍 접은 겁니다.

별을 좋아하던 아이가 접은 게 무엇이었는지 다시 보겠습니다. 아이가 접은 건 천문학자라는 직업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같이 버려진 건 별을 보던 관심 전체였습니다. 접은 건 하나인데, 닫힌 건 분야 전체였습니다.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은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관심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그 분야에서 제일 유명한 직업 하나가 안 될 것 같으니까, 분야를 통째로 닫아 버린 겁니다.

  • 피아노를 좋아하던 사람은 "피아니스트는 못 되겠지" 하면서 음악을 닫습니다.
  • 비행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조종사는 안 되겠지" 하면서 항공을 닫습니다.
  • 그림을 좋아하던 사람은 "화가로 먹고살 수 있겠어?" 하면서 미술을 닫습니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생긴 포기입니다. 게으르거나 열정이 모자라서 생긴 일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왜 분야를 통째로 닫게 될까요

한 분야를 볼 때, 그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직업 하나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우리가 아는 직업은 많지 않습니다. 음악 하면 피아니스트, 항공 하면 조종사, 우주 하면 천문학자. TV와 책에 나오는 직업이 그 분야의 전부처럼 보입니다. 그 직업이 안 될 것 같으면, 그 분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결론을 냅니다.

그리고 이 결론은 잘 다시 열리지 않습니다. 한 번 "나랑 상관없는 분야"로 정리하면, 그 분야에 어떤 일이 있는지 다시 찾아보지 않게 되니까요. 그렇게 몇 개를 닫고 나면, 어른이 되어 "하고 싶은 게 없어요"라는 말이 나옵니다.

격납고 옆 계류장에서 정비사가 태블릿으로 엔진을 점검하고, 뒤쪽에서 지상조업 직원이 화물 카트를 옮긴다 — 항공에는 조종사 말고도 비행기 곁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

한 분야 안에는 직업이 몇 개나 있나요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만든 한국직업사전에는 직업 이름만 1만 6천 개가 넘게 실려 있습니다(한국고용정보원,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 2020). 우리가 어릴 때 알던 직업은 그중 몇십 개였을 겁니다.

항공만 봐도 그렇습니다. 조종사 말고도 운항관리사, 항공정비사, 항공안전 담당, 항공 물류, 관제사가 있습니다. 모두 비행기 곁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접었던 분야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직업 말고 다른 직업들을 모아 보면 이렇습니다.

접었던 분야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직업 그 분야에서 밥 먹고 사는 다른 사람들
우주·천문 천문학자 과학관 전시 기획자, 천문대 해설사, 위성 데이터 분석가, 우주 분야 과학 기자
음악 피아니스트 음반 기획자, 공연 기획자, 음향 엔지니어, 악기 수입·유통 담당
항공 조종사 운항관리사, 항공정비사, 항공 물류 담당, 공항 운영 담당
미술 화가 전시 기획자(큐레이터), 미술품 보존 담당, 아트 굿즈 기획자, 갤러리 운영
스포츠 운동선수 구단 마케터, 경기 데이터 분석가, 스포츠 용품 기획자, 대회 운영 담당
게임 프로게이머 게임 기획자, 게임 QA, 커뮤니티 운영자, 게임 사업 분석가
요리 셰프 식품 개발 연구원, 외식 브랜드 기획자, 푸드 스타일리스트, 식자재 유통 담당
영화 배우·감독 영화 마케터, 배급 담당, 영상 편집자, 영화제 프로그래머

오른쪽 칸에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과 가까운 직업도 섞여 있습니다. 마케팅, 데이터 분석, 기획, 운영, 유통 같은 역할이 거의 모든 분야에 있기 때문입니다.

접었던 분야에서 직무를 찾는 순서

그럼 이제 접었던 것을 하나 꺼내 보겠습니다. 이 순서대로 해 보세요.

  1. 예전에 접었던 것 하나를 고릅니다. 어릴 때든 대학 때든, "그건 나랑 상관없어" 하고 접었던 관심 하나. 지금도 가끔 찾아보게 되는 것이면 더 좋습니다.
  2. 그 분야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직업을 적습니다. 천문학자, 피아니스트, 조종사 같은 것. 이건 적어만 두고 넘어갑니다.
  3. 그 분야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을 네 명 더 찾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직업 말고 나머지 넷입니다. 찾는 곳은 세 군데면 충분합니다. - 고용24(옛 워크넷)의 직업정보 — 분야 이름으로 검색하면 관련 직업과 하는 일이 나옵니다. - 그 분야 회사들의 채용공고 — 항공사, 천문대, 공연기획사 같은 회사가 어떤 직무를 뽑는지 보면 그 분야에 어떤 일이 있는지 보입니다. - 링크드인이나 기사 속 인터뷰 — 그 분야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함을 보면 됩니다.
  4. 다섯 개 중 지금 내가 잘하는 일과 가까운 것에 표시합니다. 지금 하는 일이 마케팅이면 그 분야의 마케터, 숫자를 다루는 일이면 그 분야의 데이터 담당이 가까울 겁니다.
  5. 표시한 직업으로 일하는 사람 한 명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30분이면 됩니다.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하나만 물어도 많이 알게 됩니다.

3번까지만 해도 달라지는 게 있습니다. 그 분야가 다시 "나랑 상관있는 분야"로 돌아옵니다. 닫혔던 문 하나가 열리는 겁니다.

저녁 거실 테이블에서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찾아보며 옆 노트에 다섯 줄쯤 적어 둔 사람 — 접었던 분야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을 찾는 일은 이렇게 한 저녁이면 시작할 수 있다

찾아봐도 다 어려워 보인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때 조심할 게 하나 있습니다. 다시 직업 하나로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섯 개 중 하나가 어려워 보여도 나머지 넷이 있고, 그 넷도 어렵다면 다섯 개를 더 찾으면 됩니다.

그리고 꼭 지금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이 순서의 목적은 닫아 둔 관심을 다시 살려 두는 겁니다. 당장 직업을 바꾸자는 게 아닙니다. 관심이 살아 있으면 지금 하는 일에서도 그 분야와 닿는 기회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회사가 그 분야 고객사를 맡게 되거나, 그 분야 프로젝트가 생겼을 때 먼저 손을 들 수 있게 됩니다.

그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

별 보는 걸 좋아했던 그 아이에게 필요했던 건 별 보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 한 명이었을 겁니다. 천문학자가 아니어도 별과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 줄 사람이요. 천문학자가 되는 법보다 그게 먼저였습니다.

그때는 그 한 명을 찾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검색하면 나옵니다.

정리하면

  •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사람은 대개 일찍 무언가를 접은 사람입니다.
  • 접은 건 그 분야의 직업 하나인데, 같이 버려진 건 관심 전체입니다.
  • 분야를 통째로 닫는 건 대개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 한국직업사전에 실린 직업 이름만 1만 6천 개가 넘습니다. 한 분야 안에도 직업이 여럿 있습니다.
  • 접었던 것 하나를 고르고, 그 분야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 다섯 명을 적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직업 말고 나머지 넷.
  • 찾는 곳은 고용24 직업정보, 그 분야 회사의 채용공고, 그 분야 사람들의 직함입니다.
  • 다섯 중 지금 잘하는 일과 가까운 것에 표시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 한 명을 만나 봅니다.

오늘 저녁에 딱 하나만 해 보세요. 예전에 접었던 것 하나를 떠올리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의 직업을 다섯 개 적어 보는 겁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하나 말고, 나머지 넷을요. 넷째 줄쯤에서 "어, 이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은 게 나올지도 모릅니다.

다섯 개 중 어느 역할이 나와 맞는지 고를 때,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힘이 나는지 알고 있으면 훨씬 쉽게 가려집니다. 9WAY 무료 강점 진단으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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