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아는 그 '이키가이' 그림, 일본 것이 아닙니다
커리어 강의 어디에서나 만나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 돈이 되는 일 — 네 개의 원이 겹치는 한가운데에 '이키가이(生き甲斐)'가 있다는 다이어그램이요. 저도 오래 인용해 온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 그림은 어디서 왔을까요?
이 다이어그램은 일본의 전통 개념이 아닙니다. 2014년에 한 영국인 블로거가, 스페인 작가가 만든 '목적(Purpose)' 다이어그램의 가운데 단어만 '이키가이'로 바꿔 올린 것이 퍼진 겁니다. 제작자 본인도 나중에 이 그림이 "유용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틀렸다"고 인정했습니다.
원래 일본어의 이키가이는 훨씬 소박한 말입니다. 아침 산책, 손주의 웃음, 오늘 하루의 작은 보람 — 돈과는 무관한, 살아갈 이유가 되는 일상의 기쁨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네 원의 교집합에서 직업을 찾으라는 뜻이 아니었던 거죠.
그림이 틀렸으니 버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기원을 알고 나면, 이 그림을 어떻게 쓰면 안 되는지가 보이기 때문에 소개하는 겁니다.
네 원의 교집합을 찾으려다 멈춰버리는 이유
이 그림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이것입니다. 네 원이 완벽하게 겹치는 지점 — 좋아하고, 잘하고, 세상이 원하고, 돈까지 되는 단 하나의 일 — 을 먼저 찾은 다음에 움직이려고 하는 것.
그런 지점을 책상 앞에서 찾아낸 사람을 저는 코칭 현장에서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완벽한 교집합을 단번에 찾으려는 시도가 사람을 몇 년씩 멈춰 세웁니다. "아직 확신이 없으니까"라는 말로요.
교집합은 도달점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처음부터 네 원의 한가운데에서 출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느 원에서 출발해도 되고, 일하면서 조금씩 가운데로 가까워지게만 하면 됩니다. 실제로 잘 풀린 분들의 공통점은 완벽한 교집합을 찾은 게 아니라, 칠십 퍼센트쯤 겹치는 지점에서 일단 움직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일하면서 채워집니다.
네 원보다 쓰기 좋은 세 원
실전에서는 네 원을 세 개로 압축하는 쪽이 판단이 쉽습니다.
| 원 | 질문 |
|---|---|
| 강점 |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
| 열정 |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
| 가치 | 나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 |
'세상의 필요'와 '보상'을 하나로 합친 이유는, 보상이란 결국 누군가의 필요가 채워졌다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오간다는 건 필요가 있었다는 증거일 뿐이라, 두 원을 갈라놓으면 오히려 헷갈립니다.
그리고 세 원에는 점검 순서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만 있으면 취미가 되고, 잘하는 일만 있으면 노동이 되고, 둘이 있어도 가치(누구의 문제를 푸는가)가 비면 몇 년 뒤 "잘하고 좋아하는데 왜 허전하지"가 찾아옵니다.
그래서 오늘 뭘 하면 되나요?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 완벽한 교집합을 기다리지 마세요. 그 지점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겁니다.
- 지금 가장 또렷한 원에서 출발하세요. 잘하는 게 또렷하면 거기서, 좋아하는 게 또렷하면 거기서. 나머지 원은 움직이면서 찾는 게 훨씬 빠릅니다.
- 방향만 확인하세요. "이 선택이 세 원의 가운데 쪽으로 가는가, 멀어지는가?" — 이 질문 하나면 그림의 쓸모는 충분합니다.
세 원을 차례로 찾아가는 순서 — 강점(Part 1)에서 열정(Part 2), 가치(Part 3)로 — 가 제 책 「내 커리어엔 내가 없었다」의 뼈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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