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데 안 쓰인다면, 확인할 건 하나입니다

잘하는데 안 쓰인다면, 확인할 건 하나입니다

한 직장인이 자기 팀장을 오래 지켜보다가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업무 스타일 차이인가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패턴이 보이더라는 겁니다.

위에서 "그분한테 맡기면 좋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을 붙이고, 회의에서 그 사람 의견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다른 결정을 하고, 그 사람이 들어간 프로젝트가 잘 안 되면 오히려 표정이 편해 보였다고 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잘하면 쓰일 텐데, 잘할수록 안 쓰이고 있으니까요.

배제의 대상이 그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글쓴이가 내린 결론이 날카로웠습니다. 팀장은 그 사람이 미운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위에 있는 사람 귀에 "쟤가 잘한다"는 말은 가끔 자기를 빼고 하는 평가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배제의 표적이 그 사람 본인이 아니라 그 사람을 칭찬하는 목소리들이 됩니다. 정작 당하는 쪽은 그걸 자기 실력에 대한 평가로 읽고요. 여기서 어긋납니다.

이런 일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내 능력을 더 인정받고 싶어서 뛰어난 사람을 안 쓰거나, 공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일이요. 조직의 불필요한 정치가 대개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래서 확인할 건 하나입니다

내가 지금 그 상황에 있는지 아닌지는 이걸로 갈립니다.

"내 능력이 안 쓰일 때, 구체적인 지적이 같이 오는가?"

  • 온다 → 결과물의 문제입니다.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말이 함께 온다면 고치면 됩니다. 이건 오히려 다행인 경우입니다. 고칠 지점이 명확하니까요.
  • 안 온다 → 내 실력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지적 없이 배제만 반복된다면, 그건 나와 결과물 사이의 일이 아니라 그 사람과 나를 좋게 보는 사람들 사이의 일입니다.

판별 질문 여덟 개

한 가지만 보면 틀릴 수 있어서, 몇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시는 게 낫습니다. 오른쪽으로 몰리면 실력 문제고, 왼쪽으로 몰리면 다른 문제입니다.

확인할 것 물어볼 질문 관계 쪽 신호 결과물 쪽 신호
지적의 유무 무엇이 부족한지 들은 적이 있나 아무 말도 없다 구체적으로 들었다
지적의 구체성 그 말을 듣고 고칠 수 있나 "태도"·"핏" 같은 말뿐 어디를 어떻게 고칠지 나온다
기준의 일관성 같은 기준이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되나 나에게만 다르다 모두에게 같다
시작 시점 배제가 언제부터였나 내가 칭찬받은 다음부터 특정 결과물 다음부터
결과의 방향 내가 빠진 일이 더 잘 굴러가나 안 굴러가는데도 계속 뺀다 실제로 더 잘 굴러간다
위의 지목 상사가 나를 지목했을 때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그대로 배정된다
실패했을 때 내가 맡은 게 잘 안 되면 편해 보인다 같이 원인을 본다
결과의 통로 내 결과가 위로 갈 때 내 이름이 사라진다 이름과 함께 간다

관계 문제로 갈렸다면, 다음에 할 것

판별이 끝났다고 상황이 바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 자책을 멈춥니다. 이 판별의 첫 효용이 여기 있습니다. 원인이 내 실력이 아닌데 실력을 갈면 지치기만 하고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 한 번은 직접 물어봅니다. "제가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인 답이 오면 결과물 문제였던 겁니다. 답이 안 오면 판별이 확정됩니다.
  • 내 이름이 붙는 통로를 만듭니다. 중간에서 이름이 지워지지 않는 결과물이 필요합니다. 내가 쓴 문서, 내가 보내는 메일, 내가 서는 발표 같은 것들입니다.
  • 닿는 곳을 하나 늘립니다. 다른 팀 일 한 조각, 외부로 나가는 산출물 하나. 평가 통로가 한 사람뿐이면 그 사람의 상태가 곧 내 평가가 됩니다.
  • 기한을 정해둡니다. 반년처럼 스스로 시점을 정하고, 그때까지 달라지는 게 없으면 옮기는 것을 판단합니다. 기한 없이 견디는 게 제일 소모적입니다.

다만 남 탓으로 끝내면 손해입니다

이 판별선을 아무 데나 갖다 대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안 쓰이는 이유를 전부 관계 문제로 정리해버리면 고칠 기회를 놓치니까요.

그래서 기준을 지적의 유무에 둔 겁니다. 감이나 기분이 아니라 들은 말이 있느냐 없느냐로 가르는 것이죠. 그리고 지적이 없다는 게 내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의 배제가 실력 평가는 아니라는 뜻일 뿐입니다. 그 둘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리더 쪽 사정도 대개 악의는 아닙니다. 자기가 인정받아온 그 지점을 누군가 더 잘할 때 사람은 흔들립니다. 그 심리를 부러운 마음이 가리키는 곳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이해한다고 상황이 정당해지지는 않지만, 상대를 읽으면 내 다음 수가 정해집니다.

정리하면

  • 잘할수록 안 쓰이는 상황에서 배제의 표적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를 칭찬하는 목소리들인 경우가 있습니다
  • 갈림길은 하나입니다. 안 쓰일 때 구체적인 지적이 같이 오는가
  • 오면 결과물 문제이고 고치면 됩니다. 안 오면 내 실력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 한 가지만 보지 말고 지적·기준·시점·통로를 나란히 놓고 봅니다
  • 관계 문제로 갈렸다면 자책을 멈추고, 이름이 남는 통로와 평가 통로를 늘리고, 기한을 정합니다

이 구분이 서면 자책을 멈추고 자기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방향을 정하는 데 필요한 건 대개 더 큰 노력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일의 정체를 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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