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를 안 알려 주는 동료에게 — 그 사람 몫부터 말하는 부탁 문장

노하우를 안 알려 주는 동료에게 — 그 사람 몫부터 말하는 부탁 문장

팀에서 AI를 제일 잘 쓰는 막내가 있었습니다. 결과물을 빨리, 좋게 뽑았고, 특히 이미지는 기가 막히게 뽑았습니다. 그런데 동료들이 프롬프트를 물으면 이렇게 넘겼습니다.

"아 이거 제미나이로 했어요~"

"이거 진짜 보이는 그대로만 시키면 바로 만들어줘요~"

불만이 몇 번 들려오자 팀장님이 팀 채팅방에 제안했습니다. 노션을 하나 만들 테니 팀원들이 다 같이 쓸 수 있게 프롬프트를 공유해 달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좋은 프롬프트가 있으면 같이 올리자고 했습니다. 다들 좋아했는데, 막내만 "아..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하고 거절했습니다.

개인 채팅으로 한 번 더 물었더니 긴 답장이 왔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주말이랑 퇴근 후에도 시간 들여서 발전시킨 제 개인의 노하우인데, 이걸 아무 대가 없이 다른 분들께 무상으로 공유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서요!"

팀장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같이 돕고 사는 팀 아니냐고, 남들이 만들어 둔 엑셀 템플릿이나 자동화 매크로는 막내도 공짜로 쓰고 있지 않느냐고요. 그런데 AI를 못 다뤄서 젊은 직원 노하우를 날로 먹으려는 꼰대처럼 보일까 봐, 알겠다고 하고 넘겼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제가 이상한 건가요?"

잘하는 동료에게 "그거 어떻게 하셨어요?" 물었다가 돌려서 거절당해 본 적이 있다면 이 팀장님 마음을 아실 겁니다. 그다음에 뭐라고 말하면 되는지 정리했습니다.

막내는 무엇을 거절했을까요

막내가 안 된다고 한 건 "아무 대가 없이" 내주는 일이었습니다. 답장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답장을 다시 읽어 보면 막내는 공유가 싫다고 쓰지 않았습니다. 이 노하우가 어디서 왔는지 말했고(주말과 퇴근 후에 들인 시간), 그걸 대가 없이 내주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막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건 '공짜'라는 조건이었습니다.

퇴근 뒤 집 책상에서 노트북 화면에 나란히 띄운 이미지 결과를 비교하며 메모하는 직장인 — 막내가 말한 '주말이랑 퇴근 후에도 시간 들여서 발전시킨 노하우'는 이런 저녁이 쌓여 생긴다

그럼 팀장님 제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요. 노션을 하나 만들고, 막내의 프롬프트를 올리고, 다른 사람들도 좋은 게 있으면 같이 올리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다 같이 내놓자는 말이라 공평해 보입니다. 그런데 팀에서 AI를 제일 잘 쓰는 사람 쪽에서 보면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자기는 제일 잘 다듬은 걸 내놓고, 받는 건 자기보다 덜 다듬어진 프롬프트들입니다.

막내가 정확히 무엇을 바랐는지는 답장에 없습니다. 돈인지, 이름인지, 평가인지 모릅니다.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팀장님 제안에는 막내가 받는 게 빠져 있었습니다.

돌려 말하는 거절과 이유를 대는 거절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유를 대는 거절에는 다시 부탁할 길이 들어 있습니다. 돌려 말하는 거절에는 그게 없습니다.

경영학자 캐서린 코널리(Catherine Connelly) 연구팀은 직장에서 누가 물어본 지식을 일부러 내주지 않는 일을 '지식 숨기기'라고 부르고,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Connelly 외, «Knowledge hiding in organizations»,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2012). 엉뚱한 답을 주거나 나중에 알려 주겠다며 미루는 얼버무리기, 특별히 아는 게 없는 척하는 모르는 척하기, 줄 수 없는 이유를 말하는 이유 대기입니다.

동료들이 처음 들은 "제미나이로 했어요", "보이는 그대로만 시키면 바로 만들어줘요"는 두 번째에 가깝습니다. 비결 같은 건 없다는 말이라, 묻는 사람은 더 물어볼 데가 없습니다. 개인 채팅으로 온 긴 답장은 세 번째입니다. 셋 중에서 묻는 사람에게 쓸모 있는 건 이것 하나뿐입니다. 이유를 들으면 무엇이 빠졌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막내는 그 이유를 꽤 자세히 적었습니다. 시간을 들여 만든 것이고, 대가 없이 내주기는 어렵다고요. 적어도 대화가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팀장님은 거기서 다음 말을 꺼낼 수 있었는데, 꼰대처럼 보일까 봐 삼켰습니다.

노하우를 부탁할 때 무엇을 먼저 말해야 하나요

나눠 달라고 하기 전에 그 사람 몫을 먼저 말합니다. 이 방법을 팀에 내놓으면 그 사람에게 무엇이 남는지부터 말하는 겁니다.

대가라고 하면 돈부터 떠오르지만, 대가가 꼭 돈일 필요는 없습니다. 팀 안에서 줄 수 있는 몫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입니다.

몫 이렇게 줍니다 언제 잘 맞나
이름 팀 노션에 '만든 사람' 칸을 두고, 방법에 그 사람 이름을 붙여 부릅니다("○○님 이미지 프롬프트") 자기가 한 일이 팀에 보였으면 할 때
평가 평가 때 그 사람 덕분에 팀 일이 어떻게 됐는지 적어 줍니다 부탁하는 사람이 팀장일 때. 팀장만 줄 수 있습니다
시간 정리하고 알려 주는 시간을 업무로 잡고, 그만큼 다른 일을 덜어 줍니다 공유하면 문의와 관리가 다 자기한테 몰릴까 걱정할 때
고칠 권한 방법을 고칠 때 만든 사람에게 먼저 묻고, 관리하는 사람으로 이름을 올립니다 자기 방법이 여기저기서 마음대로 바뀌는 게 싫을 때
맞교환 내가 잘하는 것을 같이 내놓습니다 서로 가진 게 비슷하게 쓸모 있을 때. 팀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잘 안 맞습니다

가장 쉬운 건 이름입니다. 돈이 들지 않고, 팀장이 아니어도 줄 수 있습니다. 한 번 붙여 두면 팀이 그 방법을 쓸 때마다 누구 방법인지 보입니다.

어떤 몫을 원하는지는 내가 짐작해서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모르면 물어보면 됩니다. "어떻게 하면 나눠 주실 수 있을까요?" 이 질문 하나면 답장에 없던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막내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순서를 보여 주고, 옆에 의자를 끌어와 앉은 동료가 노트에 받아 적는다 — 몫을 먼저 말한 부탁은 같이 화면을 보는 30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별로 바로 쓸 부탁 문장

아래 문장은 모두 같은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 몫을 먼저 말하고, 부탁은 그다음에 합니다. ○○ 자리에 이름과 일만 바꿔 넣으면 됩니다.

동료에게 부탁할 때

상황 이렇게 말해 보세요
AI 프롬프트를 처음 물을 때 "○○님 이미지 정말 잘 나오던데요. 팀 노션에 '○○님 이미지 프롬프트'로 이름 붙여서 올려 두고 같이 써도 될까요?"
엑셀 양식·매크로를 빌려 쓸 때 "이 양식 저도 써도 될까요? 파일 첫 줄에 만든 사람으로 ○○님 이름 남겨 두고, 고칠 일 생기면 먼저 여쭤볼게요."
다 달라고 하기 부담스러울 때 "전부 말고 이 결과물 하나만, 어떤 순서로 시키셨는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써 보고 잘되면 ○○님 방법이라고 팀에 말할게요."
시간을 내 달라고 할 때 "30분만 어떻게 하시는지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그 시간에 하시려던 ○○ 정리는 제가 맡을게요."
맞바꿀 게 있을 때 "제가 쓰는 보고서 틀이랑 바꿔 보실래요? 쓸모없으시면 다른 걸로 갚을게요."
다른 팀 사람에게 물을 때 "○○팀 자료 정리하신 방식이 너무 좋아서요. 저희 팀에서 써도 될까요? 쓸 때마다 ○○팀 ○○님 방식이라고 같이 말할게요."
한 번 돌려서 거절당한 뒤 "지난번엔 제가 너무 쉽게 여쭤본 것 같아요. 그냥 가져가려는 건 아니에요. ○○님한테는 뭐가 있으면 나눠 주실 수 있을까요?"

팀장이 팀원에게 부탁할 때

상황 이렇게 말해 보세요
팀 채팅방에서 공유를 제안할 때 "○○님 프롬프트를 팀 노션에 '○○님 방식'으로 올려 두면 어떨까요? 팀이 쓸 때마다 누구 방법인지 보이게요. 정리하는 시간은 이번 주 업무에서 빼 드릴게요."
1:1로 따로 부탁할 때 "○○님이 따로 시간 들여 익히신 거 알아요. 그냥 달라는 건 아니고, 팀에 내놓으면 ○○님께 뭐가 남을지 먼저 같이 정하고 싶어요."
평가와 이어 줄 때 "○○님 방법 덕분에 팀 초안 작업이 얼마나 빨라졌는지, 이번 평가 때 제가 적어 둘게요."
이미 '알겠다'고 넘긴 뒤 다시 꺼낼 때 "지난번엔 제가 그냥 내놓으라는 식으로 말한 것 같아요. ○○님 이름 붙이고 평가에도 남기는 방식으로 다시 얘기해 봐도 될까요?"
팀 전체 규칙으로 만들 때 "앞으로 팀 노션에 올리는 방법에는 전부 만든 사람 이름을 남겨요. 분기 평가 때 각자 올린 방법이 팀 일에 어떻게 쓰였는지 같이 볼게요."

내가 노하우를 가진 쪽이라면

"대가 없이는 어렵다"고 말하는 대신, 원하는 몫을 먼저 꺼내면 거절이 조건이 됩니다. "제 이름 달아서 올려 주시면 정리해 볼게요." "정리하는 시간을 업무로 잡아 주시면 할게요." 이렇게 말하면 듣는 사람도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압니다. 가진 쪽에서 쓸 문장은 내가 만든 자동화, 팀에 공유해야 할까요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업무로 만든 건데 대가까지 줘야 하나요

이 반론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회사가 들인 AI로, 회사 일을 하면서 다듬은 프롬프트라면 팀 것 아니냐는 이야기입니다. 팀장님이 삼킨 말도 이것이었습니다. 남이 만든 엑셀 템플릿은 공짜로 쓰면서 왜 자기 것은 안 되느냐고요.

어디까지가 회사 것인지는 회사 규정과 계약에 따라 달라서, 이 글에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두 가지를 구분하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 팀이 꼭 같은 방식으로 해야 하는 일(보고 양식, 고객 응대 문구, 파일 이름 규칙)은 팀장이 정해서 공유하게 하면 됩니다. 이건 부탁할 일이 아닙니다.
  • 그 사람이 따로 시간을 들여 더 잘하게 된 방법은 부탁해서 받는 것입니다. 부탁할 때는 몫을 먼저 말합니다.

막내의 프롬프트는 두 번째에 가깝습니다. 막내는 그 방법을 주말과 퇴근 후에도 다듬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따져서 이기더라도 손에 들어오는 건 그날의 프롬프트 한 벌입니다. 프롬프트는 계속 고쳐 쓰는 것이라, 다음 달에 더 나아진 방법과 막혔을 때 물어볼 사람은 따라오지 않습니다. 억지로 내놓은 사람에게는 다음 버전을 알려 줄 이유가 없으니까요. '팀이니까 당연하다'는 말이 맞더라도, 몫을 먼저 말해야 다음 버전도 팀으로 들어옵니다.

몫을 말했는데도 안 된다고 하면

그럴 수 있습니다. 몫을 말했는데도 싫다면 그건 그 사람이 정할 일입니다. 그때 해 볼 수 있는 건 이렇습니다.

  • 막히는 한 군데만 묻습니다. 잘 나온 결과물을 보며 비슷하게 시켜 보고, 안 되는 부분 하나만 물어봅니다. "이 배경색은 어떻게 맞추셨어요?" 같은 질문은 노하우 전체를 달라는 부탁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 직접 익힙니다. "그냥 혼자 공부하고 말지"는 흔한 생각이지만, 몫을 말하고도 거절당했다면 그게 다음 수입니다. 어디까지 잘할 수 있는지는 그 사람 결과물이 이미 보여 줬으니까요.
  • 팀장이라면 한 사람에게 기대지 않는 규칙을 만듭니다. 팀원 모두 한 달에 하나씩 자기 방법을 올리고, 올린 사람 이름과 그 방법이 팀 일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평가 때 같이 봅니다. 제일 잘하는 사람 한 명에게 내놓으라고 할 때와 달리, 그 사람에게도 남는 게 생깁니다.

정리하면

  • 이 이야기에서 막내가 안 된다고 한 건 "아무 대가 없이" 내주는 일이었습니다. 팀장님 제안에는 막내가 받는 게 없었습니다.
  • 돌려 말하는 거절에는 다음 수가 없고, 이유를 대는 거절에는 다음 수가 있습니다. 이유를 들었다면 무엇이 빠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 노하우를 부탁할 때는 나눠 달라고 하기 전에 그 사람 몫을 먼저 말합니다. 대가가 꼭 돈일 필요는 없습니다.
  • 몫에는 이름, 평가, 시간, 고칠 권한, 맞교환이 있습니다. 가장 쉬운 건 이름입니다.
  •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눠 주실 수 있을까요?"
  • 팀장이라면 평가 때 그 사람 덕분에 팀 일이 어떻게 됐는지 적어 줍니다.
  • 팀이 꼭 같은 방식으로 해야 하는 일은 팀장이 정하고, 그 사람이 따로 익힌 방법은 부탁해서 받습니다.
  • 몫을 말했는데도 싫다면 받아들이고, 막히는 한 군데만 묻거나 직접 익힙니다.

팀장님은 "제가 이상한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이상한 건 아닙니다. 팀이면 같이 나누는 게 맞다는 생각도, 주말을 들여 익힌 걸 공짜로 내주기 싫다는 생각도 팀에서 흔히 하는 생각입니다. 두 생각이 부딪힌 건 순서 때문이었습니다. 부탁이 먼저 나갔고, 막내 몫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잘하는 동료에게 노하우를 부탁할 일이 생기면 이 한 문장부터 꺼내 보세요. "○○님 이름 붙여서 팀 노션에 올려 둘게요. 같이 써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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