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빨리 버렸던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몇 년째 "글쎄요"라고 답하고 있다면, 오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너무 빨리 버렸을 가능성이 크죠.
열정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코칭에서 만난 30대 중반 엔지니어 한 분의 이야기입니다. 중학교 2학년 진로 면담에서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더니, 선생님이 "음악으로 먹고살긴 어려워, 공대는 어때?"라고 했습니다. 그날 저녁 부모님도 같은 말을 했고, 한 달 뒤 책상에는 수학 문제집이 놓였습니다. 오선지 노트는 서랍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이분은 대기업 엔지니어입니다. 안정적이고 연봉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출근길에는 재즈를 듣고, 밤에는 유튜브 작곡 강의를 봅니다.
열정이 사라진 걸까요? 아닙니다. 열정은 그대로 있는데, 꺼내 쓸 수 없는 곳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우리가 버린 건 '분야'가 아니라 '직업 하나'입니다
여기에 이 문제의 본질이 있습니다. 그날 이분이 내려놓은 건 정확히는 '작곡가'라는 직업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서랍에 들어간 건 음악 전체였습니다.
우리는 관심 분야와 직업을 한 덩어리로 묶는 버릇이 있습니다. 음악=작곡가, 우주=조종사, 게임=프로게이머. 그래서 그 직업 하나가 어려워 보이면 분야 전체를 통째로 '무관심의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열정 실종의 가장 큰 메커니즘이 이것입니다.
그런데 분야 하나에는 직업이 하나가 아닙니다. 음악이라는 분야만 열어봐도 작곡가 말고 음악 플랫폼 서비스 기획자, 게임 음악 디렉터, 음악 교육 기획자, 공연 마케터가 있습니다. 그날 필요했던 건 꿈을 접는 게 아니라, 분야는 두고 역할을 다시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 짚을 것이 있습니다. 이 압력에는 악당이 없습니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아이를 아끼기 때문에 한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반박하지 못하고 스스로 내려놓게 됩니다. 저항할 대상이 없는 압력이 가장 오래갑니다. 지금 열정이 없는 것이 내 게으름이나 무기력 때문이라고 자책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버려진 관심을 복구하는 질문
쓰레기통을 뒤지는 데는 질문 두 개면 충분합니다.
1.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아린 것이 있나요? 완전히 잊었다면 아리지 않습니다. 아리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만 꺼내세요.
2. 내가 그때 좋아한 건 '그 직업'이었을까요, '그 분야'였을까요? 우주비행사를 꿈꿨던 한 분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정말 좋아한 건 조종이었을까, 우주였을까?" 답은 우주였습니다. 그 순간 우주항공 산업의 수십 개 역할이 다시 열렸습니다.
복구한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의 채용 공고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감이 옵니다. 에듀테크 회사 하나만 열어봐도 콘텐츠 기획자, 교육 운영 매니저, 커뮤니티 매니저가 줄지어 있습니다. 그 분야에서 내가 잘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지 보는 겁니다.
지금 와서 복구해도 늦지 않았을까요?
복구가 곧 전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엔지니어분에게 지금 필요한 것도 퇴사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분야를 삶에 다시 들이는 것부터입니다. 주말의 작은 실험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고, 그 실험이 커리어가 될지 취미로 남을지는 해보면서 정하면 됩니다.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쓰레기통에 넣어둔 채로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빨리 평가해서 버렸던 겁니다. 오늘 하나만 꺼내보세요.
버려진 관심을 복구하는 질문 전체와 '분야 안의 역할 다시 열기' 목록은 제 책 「내 커리어엔 내가 없었다」 Part 2에서 워크시트로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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