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말이 줄었다면 — "의욕 없어 보여"에 돌려줄 문장
주간 회의에서 세 사람이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팀장은 셋 다 의욕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한 명씩 따로 만나보니 사정이 전혀 달랐습니다. 한 사람은 지난 회의에서 낸 의견이 왜 안 되는지 설명도 없이 지나가버려서, 그 뒤로 자기가 이 팀에 필요한 사람인지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의견을 내도 결정을 전부 팀장이 다시 하니까 말할 이유를 못 찾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한 사람은 맡은 보고서를 왜 계속 써야 하는지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였습니다.
겉으로는 똑같은 침묵입니다. 안에서는 셋 다 다른 곳이 막혀 있었습니다.
"의욕 부족"이라는 한 단어가 하는 일
이 세 사람을 태도라는 한 단어로 묶으면 어떻게 될까요. 팀장은 셋에게 똑같은 격려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막힌 데는 그대로 남는데, 당사자에게는 자책이 하나 늘어납니다. 내가 의욕이 없는 사람인가. 이 질문은 답이 안 나오는 데다 답을 찾을수록 말이 더 줄어듭니다.
침묵을 개인의 성향으로 읽는 건 우리만 하는 실수가 아닙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과 제임스 디터트의 연구에서, 직장인의 85%가 상사에게 중요한 정보를 말하지 않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는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말했을 때 돌아올 결과가 두려워서였습니다. 사람은 입을 열기 전에 아주 빠르게 계산을 한 번 합니다. 이 말이 아이디어로 남을지, 선 넘은 순간으로 남을지를요.
그러니까 회의실의 침묵은 성격 정보가 아닙니다. 그 방에서 말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정보입니다.
조용해진 사람은 말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몰입을 들여다보면서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조용해진 사람은 의욕이 없어진 게 아닙니다. 말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이유는 크게 세 자리에서 사라집니다.
낸 의견이 어떻게 됐는지 못 들었을 때입니다. 반영되든 안 되든 상관없습니다. 안 됐다는 것과 왜 안 됐는지만 알면 사람은 다음에도 말합니다. 아무 소식이 없으면 그때부터 계산이 시작됩니다. 내 말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데 왜 계속 말하지.
내가 정할 수 있는 범위를 모를 때입니다. 정해서 가져가면 다시 정해지고, 안 정하고 가져가면 왜 안 정했냐는 말을 듣습니다. 이 상태가 몇 번 반복되면 가장 안전한 선택은 침묵이 됩니다.
이 일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를 때입니다. 매주 쓰는 보고서가 누구의 어떤 결정에 들어가는지 모르면, 그 일에 대한 의견도 생기지 않습니다. 의견은 그 일이 잘되기를 바랄 때 생기는 것이니까요.
이 세 자리는 몰입이 꺼지는 자리와도 겹칩니다. 무엇이 몰입을 막는지는 회사 다니기 싫어진 게 의지 문제일까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셋 다 원인이 다르니 처방도 달라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왜 이렇게 조용해?"에는 "아니에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로 답하면 안 됩니다. 그 대답은 아무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의욕 없어 보여"에 돌려줄 문장
의욕 대신 막힌 데를 말하는 것입니다. 자기 상태를 변호하는 대신 사실 하나를 건네면, 상대는 무엇을 도와줄지 알게 됩니다.
바로 쓸 수 있게 상황별로 정리했습니다. 내 자리에 가까운 줄을 골라 쓰시면 됩니다.
| 막힌 자리 | 이렇게 말합니다 |
|---|---|
| 낸 의견이 어떻게 됐는지 못 들음 | "지난번에 드린 의견이 어떻게 정리됐는지를 못 들어서요. 그것만 알면 다음 건도 정리해서 가져오겠습니다." |
| 의견이 자주 반려됨 | "제 의견이 반영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요즘 말을 아끼게 됩니다. 어떤 기준으로 보시는지 알면 그 기준에 맞춰 준비하겠습니다." |
| 정해도 다시 정해짐 | "제가 정해도 되는 범위가 어디까진지 헷갈립니다. 이 건은 제가 정해서 가도 되는 건가요?" |
| 일의 목적을 모름 | "이 보고서가 누구의 어떤 결정에 쓰이는지 아직 못 들었습니다. 그걸 알면 들어갈 내용을 다르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우선순위가 계속 바뀜 | "이번 주에 세 건이 같이 들어왔는데, 먼저 끝내야 할 순서를 정해주시면 그대로 가겠습니다." |
| 회의 자리에서 말할 틈이 없음 | "회의에서 다 말씀드리기 어려워서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언제까지 드리면 될까요?" |
여섯 문장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불만을 말하고 끝내지 않고, 내가 다음에 할 일을 붙였습니다. 이 절반이 없으면 같은 말이 항의로 들립니다.
말하는 방식도 결과를 가릅니다. 따지듯 말하면 내용이 아무리 맞아도 태도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정보를 하나 전달한다는 마음으로, 짧게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팀장이라면 질문 하나를 바꾸면 됩니다
"요즘 의욕이 없어 보이네"는 판정입니다. 판정을 들으면 사람은 방어를 합니다. 그러면 진짜 이유는 끝까지 안 나옵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 "최근에 네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고 느낀 적 있어?"
- "지난달에 낸 의견 중에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게 있어?"
- "지금 하는 일 중에 왜 하는지 잘 모르겠는 게 있어?"
세 질문은 각각 앞의 세 자리를 겨냥합니다. 답이 나오는 자리가 그 사람이 막힌 자리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물어놓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더 말하지 않습니다. 답을 들었으면 그중 하나라도 그 주에 처리하고 처리했다고 알려주십시오. 말한 게 실제로 뭔가를 움직였다는 경험이 한 번 생기면, 그다음부터는 묻지 않아도 말합니다.
그럼 무조건 다 말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말이 항상 이득이 되는 건 아니고, 어떤 자리에서는 침묵이 맞습니다.
가르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한 말인가, 이미 정해진 것에 대한 말인가. 결정이 끝난 사안을 회의에서 다시 여는 건 대개 소득이 없습니다. 반대로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내가 실제로 손대는 범위 안의 것은 말할 값이 있습니다.
또 하나. 회의는 말하기에 제일 나쁜 자리일 때가 많습니다. 사람이 여럿이고 시간이 짧고 위계가 그대로 보이니까요. 위의 문장들은 회의 중에 꺼내는 것보다 회의 끝나고 따로, 또는 메신저로 짧게 보내는 편이 훨씬 잘 먹힙니다. 앞의 사례에서도 세 사람의 진짜 이유는 1:1에서 나왔습니다.
정리하면
- 회의의 침묵은 하나로 보이지만, 막힌 자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한 단어로 묶으면 셋에게 같은 격려를 하고 아무것도 안 바뀝니다.
- 말이 사라지는 자리는 셋입니다. 낸 의견이 어떻게 됐는지 모를 때, 내가 정할 범위를 모를 때, 이 일이 어디 쓰이는지 모를 때.
- "의욕 없어 보여"를 들으면 의욕을 변호하지 말고 막힌 데를 말합니다. 사실 하나 + 내가 다음에 할 일, 이 두 조각을 붙입니다.
- 팀장이라면 판정 대신 질문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들은 것 중 하나는 그 주에 처리합니다.
- 이미 정해진 사안은 말할 값이 적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내가 손대는 범위의 것부터 말합니다.
같은 회의에서도 어떤 사람은 먼저 말이 나오고 어떤 사람은 정리된 다음에 나옵니다. 내가 어느 쪽인지 알면 말할 자리를 고르기가 쉬워집니다. 9WAY 무료 강점 진단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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