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나보다 잘해 보일 때 — 부러움을 등수 말고 항목으로 적는 법

후배가 나보다 잘해 보일 때 — 부러움을 등수 말고 항목으로 적는 법

후배가 나보다 잘하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면, 그건 내가 뭘 갖고 싶은지 정확히 봤다는 뜻입니다.

그 마음은 관심 있는 쪽에만 생깁니다. 옆 팀 누가 잘하는 건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까. 내가 서고 싶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 때만 눈에 걸립니다.

아깝게 들렸던 말

이런 글을 봤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AI 적용도 빠르고 결과물도 뛰어나네요." 여기까지는 담담합니다. 그다음에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고인물로서 빨리 나가줘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드는데, 제 코가 석 자다 보니 버티는 게 일이네요."

저는 이 말이 좀 아깝게 들렸습니다. 이분은 후배의 무엇이 좋은지를 이미 정확히 보고 있습니다. AI를 빠르게 붙인다는 것,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 그런데 그 관찰이 자기 순번을 세는 데 다 쓰이고 있었습니다.

등수로 두면 쓸 데가 없습니다

"쟤가 나보다 낫다." 이렇게 두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등수는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내가 몇 등인지 알아도 내일 뭘 해야 하는지는 안 나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속만 상하고 다음 날도 똑같습니다.

같은 걸 이렇게 바꾸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쟤가 하는 저 행동이 부럽다."

그리고 그 행동을 한 줄로 적습니다. "자료 받으면 초안부터 만들어서 들고 온다." 이렇게 적히는 순간, 그건 내가 다음 달에 해볼 것이 됩니다.

부러움에는 두 갈래가 있습니다

이건 마음가짐 이야기가 아닙니다. 심리학에서 부러움을 두 종류로 나눠서 봅니다.

하나는 상대가 가진 걸 나도 갖고 싶은 쪽입니다. 이 경우 사람은 자기 쪽을 끌어올려서 격차를 줄이려 합니다. 다른 하나는 상대가 내려오기를 바라는 쪽입니다. 이때는 상대를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행동이 갑니다(Van de Ven 외, Envy and Its Consequences, 2016).

같은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갈지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가 그 조직이 공정하다고 느끼는지였습니다. 판이 공정하다고 느끼면 앞쪽으로, 아니라고 느끼면 뒤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건 이겁니다. 부러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음 행동이 갈립니다. 사람에 두면 그 사람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게 되고, 행동에 두면 내가 그 행동을 해보게 됩니다. 앞의 글에서 "빨리 나가줘야 할 것 같다"는 말은 부러움을 사람과 순번에 둔 결과입니다.

기준은 하나입니다. 적히면 행동, 안 적히면 등수

구분이 어려우면 그냥 적어보시면 됩니다. 적히는 건 행동이고, 안 적히는 건 등수입니다.

"빠르다"는 못 적습니다. 얼마나 빠른 건지, 뭘 빠르게 한다는 건지 안 나오니까요. "자료 받으면 초안부터 만들어서 들고 온다"는 적힙니다. 그리고 이건 내일 당장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자주 나오는 것들을 변환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느꼈다면 (등수) 이렇게 적습니다 (행동)
"쟤는 나보다 일을 잘해" "회의 끝나면 결정 사항을 그날 안에 정리해서 공유한다"
"AI를 잘 쓰네" "반복되는 문서는 형식을 만들어두고 내용만 갈아 끼운다"
"센스가 있어" "보고 전에 상대가 물어볼 것 두세 개를 미리 준비해 간다"
"말을 잘해" "길게 설명하지 않고 결론부터 한 줄로 말한 다음 근거를 붙인다"
"사람들이 다 좋아해" "부탁을 받으면 언제까지 되는지를 그 자리에서 말해준다"
"윗사람이 예뻐해" "진행 상황을 묻기 전에 먼저 짧게 보고한다"
"요령이 좋아" "안 해도 되는 일을 먼저 빼고 시작한다"
"머리가 좋아" (이건 행동으로 안 적힙니다. 다시 봐야 합니다)

마지막 줄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봐도 행동으로 안 적히는 게 있습니다. 그럴 때는 두 경우 중 하나입니다. 아직 그 사람을 충분히 안 봤거나, 부러운 게 행동 말고 조건이거나요. 나이, 학벌, 운, 타이밍 같은 건 따라 할 수 없습니다. 그건 적지 말고 넘기는 게 맞습니다.

속상한 날에 하는 한 가지

거창한 습관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속이 상했다면, 그 사람을 떠올리는 대신 그 사람이 한 행동 딱 하나만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한 줄로 적어두십시오. 메모 한 줄이면 됩니다.

한 달이면 몇 줄이 쌓입니다. 그때 그 목록을 보면 재미있는 게 보입니다. 여러 사람에게서 부러웠던 게 서로 비슷한 종류일 때가 많습니다. 그 반복되는 항목이 지금 내가 다음으로 가려는 자리에서 필요한 것입니다.

부러운 사람이 있다는 건, 가야 할 방향을 누가 대신 짚어준 것이기도 합니다.

그럼 다 따라 해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적어놓은 걸 다 하려고 하면 그때부터는 다른 종류의 피로가 시작됩니다.

두 가지를 구분하시면 됩니다.

따라 할 것은 방법입니다. 초안을 먼저 만드는 순서, 결론부터 말하는 방식, 진행을 먼저 알리는 습관. 이건 누가 해도 효과가 납니다.

따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그 사람의 방식 자체입니다. 말이 빠른 사람의 속도, 사람을 몰고 가는 스타일, 앞에 나서는 성향. 이건 내가 흉내 내면 어색해지고, 어색하면 결과도 안 나옵니다. 같은 목적을 내 방식으로 도달하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상대가 회의 자리에서 말로 설득한다면, 나는 회의 전에 자료로 설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후배가 잘하는 걸 보고 자기가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느끼는 건, 대부분 실제 상황과 무관합니다. 조직에서 오래 한 사람이 가진 것은 속도가 아니라 맥락입니다. 왜 이렇게 하는지, 저번에 뭐가 안 됐는지, 누구를 먼저 설득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 이건 연차로만 쌓입니다. 문제는 이게 아무 데도 안 적혀 있어서 본인도 잊는다는 것뿐입니다.

정리하면

  • 부러운 마음은 관심 있는 쪽에만 생깁니다. 내가 뭘 갖고 싶은지 정확히 봤다는 뜻입니다.
  • "쟤가 나보다 낫다"는 등수입니다. 등수는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밖에 없어서 다음 행동이 안 나옵니다.
  • 부러움을 사람에 두면 상대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게 되고, 행동에 두면 내가 그 행동을 해보게 됩니다.
  • 기준은 하나입니다. 적히면 행동, 안 적히면 등수. "빠르다"는 못 적고 "초안부터 만들어 온다"는 적힙니다.
  • 속상한 날에 그 사람이 한 행동 하나만 적어두십시오. 한 달이면 반복되는 항목이 보입니다.
  • 방법은 따라 하고, 그 사람의 방식 자체는 따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같은 목적에 내 방식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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