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줬는데 뒷담화의 주인공이 됐다면 — 고마움이 아니라 빚이 쌓인 겁니다

도와줬는데 뒷담화의 주인공이 됐다면 — 고마움이 아니라 빚이 쌓인 겁니다

회사 로비에서 자기 뒷담화를 들어버리면 무슨 생각이 먼저 들까요.

이 글을 쓴 분은 "내가 뭘 잘못했나"부터 생각했다고 합니다. 상대는 같이 입사한 동기였습니다. 서로 의지하던 사이였고, 그 친구 일이 좀 느려서 자주 도와줬다고 해요. 친구가 "혼자 다 했다"고 말할 때도 그러려니 넘어갔고요. 안 좋은 소리 듣는 게 싫어서요.

그런데 로비 소파에서, 그 친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걸 들어버린 겁니다. 자기가 했던 말들이 묘하게 비틀려서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가만히 듣다 보니 답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하고 있던 건 도움받은 이야기였습니다. "별거 아닌데 자꾸 인정받고 싶어 한다"면서요.

도움을 받은 사실이 그 사람에게는 감추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여기가 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뒷담화의 재료가 이 사람의 성격이나 말투가 아니라, 매번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던 거죠.

이걸 알고 나면 앞의 장면들이 다르게 읽힙니다. 그 친구가 "혼자 다 했다"고 말한 것도, 도움을 안 받은 척한 게 아니라 그 사실을 자기 눈앞에서 치우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쓴 분이 어리석었던 게 아닙니다. 선의는 맞았어요. 갚을 통로가 없었던 겁니다.

받기만 하면 왜 마음이 불편해질까요

우리는 도움을 주면 고마움이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복되면 쌓이는 게 다른 것으로 바뀝니다.

여기에 유명한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존 제커와 데이비드 랜디가 1969년 『Human Relations』에 발표한 연구인데, 참가자들에게 상금을 준 뒤 실험자가 직접 찾아가 "내 돈으로 준 거라 사정이 어려워졌으니 돌려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습니다. 그 부탁을 들어준 사람들이, 아무 부탁도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실험자를 더 호감 있게 평가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자기를 싫어하던 사람에게 책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사이가 풀렸다는 일화에서 이름을 따 프랭클린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걸 뒤집으면 우리 이야기가 됩니다. 사람은 자기가 도와준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받기만 한 사람은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고마움이 쌓이는 게 아니라 빚이 쌓이거든요.

그리고 갚을 길이 없는 빚은 고마움으로 안 남습니다. 고마워하다가 미워지는 거죠. 뒷담화는 그 빚을 지우려는 동작에 가깝습니다. 상대를 별거 아닌 사람으로 만들면 빚도 별거 아닌 게 되니까요.

여러분도 비슷한 마음이 있으셨을 겁니다. 나한테 너무 잘해주기만 하는 사람이 어쩐지 부담스러웠던 적이요.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잖아요. 갚을 방법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그래서 답은 안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대부분 이런 결론으로 갑니다. 회사에서 선의를 베풀지 말자고요. 실제로 그런 조언이 많이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도와줘야 할 자리에서도 손을 놓게 되고, 그건 일에도 관계에도 손해입니다. 게다가 원인을 잘못 짚은 처방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는 데 있으니까요.

그러니 도와주는 걸 끊는 대신 갚을 길을 하나 열어주면 됩니다. 도와준 다음에 작은 부탁을 하나 하는 거죠.

"나 이 함수 잘 모르는데, 다음에 네가 좀 가르쳐줘."

이 한마디면 그 사람도 갚은 게 됩니다. 그리고 갚은 사람은 미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을 부탁하면 좋을까요

부탁의 크기가 중요합니다. 너무 크면 새로운 부담이 되고, 너무 형식적이면 갚은 느낌이 안 납니다. 제일 잘 통하는 건 상대가 나보다 잘하는 것 중에 작은 것입니다.

  • "이 엑셀 수식 나보다 잘하잖아. 이것만 한 번 봐줄래?"
  • "다음에 그 팀 담당자한테 물어볼 일 있으면 네가 좀 물어봐 줘. 나보다 편하게 얘기하잖아."
  • "이 문장 좀 어색한데 한 번만 읽어줄래?"
  • "저번에 쓴 그 자료 양식 나한테도 좀 보내줘."
  • "이거 나중에 네가 한 번 설명해줘. 내가 잘 몰라서."
  • "점심에 그 얘기 좀 더 해줘. 나 그 부분 궁금했어."

한 가지 요령이 있습니다. 도와준 직후 말고 조금 뒤에 부탁하는 것이요. 바로 하면 거래처럼 보이거든요. 며칠 뒤에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꺼내면 그냥 서로 주고받는 사이가 됩니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 가지는 미리 알고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첫째, 이미 관계가 상한 뒤라면 부탁 하나로 안 돌아옵니다. 로비에서 뒷담화를 들어버린 이 분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때는 관계를 복구하려 애쓰는 것보다 도움의 양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게 먼저입니다. 그 사람 몫을 대신 하던 걸 멈추면, 미워할 재료도 같이 줄어듭니다.

둘째, 부탁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땐 부탁 대신 상대가 이미 준 걸 말로 확인해주면 됩니다. "저번에 알려준 거 진짜 도움 됐어" 같은 말이요. 방향은 같습니다. 이 관계가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걸 보이게 하는 겁니다.

셋째, 도움이 아니라 업무 분담이 어긋난 경우도 있습니다. 그 친구 일이 느려서 매번 내가 메웠다면, 그건 개인 사이의 호의가 아니라 일의 배분 문제입니다. 이건 관계 기술로 풀 게 아니라 일이 어떻게 나한테 흘러왔는지부터 정리하셔야 합니다.

계속 도와주고 있었다면 이유도 한 번 보세요

이 분이 "혼자 다 했다"는 말을 듣고도 넘어간 이유가 글에 적혀 있습니다. 안 좋은 소리 듣는 게 싫어서요.

그렇다면 도움이 순수한 호의만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관계가 나빠지는 걸 막으려는 값이기도 했던 거죠. 이건 나쁜 게 아니라 아주 흔한 일입니다. 다만 그 값을 계속 치르면 나중에 서운함으로 돌아옵니다. 나는 이만큼 했는데 저 사람은 왜, 하는 마음이요.

그래서 도움을 주기 전에 한 번만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걸 안 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일이 실제로 안 돌아가면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답이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아서"라면, 그건 도움이 아니라 관계 관리 비용입니다. 그 비용은 대개 회수가 안 됩니다.

도와주고 서운한 일을 겪으셨다면

여러분이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닙니다. 관계에 한 방향만 있었던 겁니다.

9WAY가 조직에서 몰입을 볼 때 확인하는 것 중에 관계성이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정도가 아니라, 내 자리가 있고 내 기여가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잘 안 보이는 게 하나 있는데, 계속 받기만 하는 쪽도 그 상태가 편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받는 사람도 자기 몫이 있어야 편해집니다.

그러니까 요즘 유독 한 사람을 많이 돕고 계시다면, 다음에는 작은 걸 하나 부탁해보세요. 도움을 줄이라는 게 아니라 방향을 하나 더 만드는 겁니다. 회사에서 관계의 거리를 정하는 일도 결국 이 균형에서 시작합니다.

사람마다 남을 돕는 방식이 다릅니다.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 있고,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고,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죠.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돕는지 궁금하시면 9WAY 강점 진단이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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