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본 적 없는 파트인데 팀장을 맡으라면 — 실무를 얼마나 알아야 할까요
몇 년 내내 실무 평가 최고점을 받던 분이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이분에게, 해본 적 없는 파트까지 묶어서 팀장을 맡아달라고 했습니다.
이분이 제일 먼저 물은 게 이겁니다. "실무를 어디까지 알아야 하나요?"
회사도 걱정하고, 주변 사람들도 걱정하고, 본인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이 고민 글에 달린 댓글 중에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건 이거였습니다. "팀장이 실무를 잘 모르면 팀원들은 미칩니다."
맞는 말입니다. 저도 그 말을 부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실무를 잘 알아도 팀원은 미칩니다
다만 저는 이 질문에 조금 다르게 답하고 싶습니다.
실무를 잘 아는 팀장 밑에서도 팀원은 미칩니다. 내용을 아니까 하나하나 다 짚고, 자기가 하던 방식대로 하라고 하고, 결국 팀원이 정한 걸 본인이 다시 정합니다. 실무를 아는 것과 팀이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 서로 다른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실무를 아는 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닙니다.
실무를 아는 건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판단이 빨라지고, 일정을 현실적으로 잡고, 팀원이 어디서 막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팀원들이 성과를 내느냐는 팀장의 실무 역량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갤럽이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관리자 한 사람이 팀 몰입도 차이의 최소 70%를 가릅니다(Gallup, State of the American Manager, 2015). 같은 회사, 같은 복지, 같은 도구를 쓰는 두 팀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의 대부분이 팀장 자리에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 갈리는 건 팀장이 팀원을 어떻게 다루는가였습니다.
그래서 재는 자를 바꿔야 합니다
팀장 제안을 받으면 대부분 이 순서로 생각합니다. 그 파트를 내가 얼마나 아는가. 모르는 게 이만큼인데 맡아도 되나.
여기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모르는 일이 오는데 아는 걸로 어떻게 재겠습니까. 아무리 따져도 "아직 부족하다"밖에 안 나오고, 그 결론은 제안을 받든 안 받든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이 두 가지를 보십시오.
팀원들의 역량을 어떻게 최고로 끌어올릴 것인가. 팀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 제일 잘하는 자리에 서 있는지, 그 자리에서 결과를 내고 있는지를 보는 일입니다.
팀원들의 노력을 팀의 성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각자 열심히 한 것이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결과로 모이게 만드는 일입니다.
여기에 팀장의 진짜 역할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할 수 있다면 모르는 파트가 붙어 있어도 제안을 받아도 됩니다. 반대로 실무를 아무리 잘 알아도 이 두 가지를 안 하면 팀은 안 돌아갑니다.
제안을 받기 전에 확인할 것
받을지 말지를 정하기 전에, 무엇을 보고 팀장이 되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받고 나서 기준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 확인할 것 | 이렇게 묻습니다 |
|---|---|
| 나에게 기대하는 것 | "제가 팀장이 되면 첫 6개월에 무엇이 달라져 있어야 하나요?" |
| 판단 범위 | "인력·예산·일정 중에 제가 정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인가요?" |
| 모르는 파트의 처리 | "B파트는 제가 실무를 모릅니다. 그 파트에서 판단이 필요할 때 누구와 같이 정하면 될까요?" |
| 평가 기준 | "1년 뒤에 제가 잘했는지를 무엇으로 보시나요?" |
| 팀의 현재 상태 | "지금 이 팀에서 제일 먼저 손봐야 할 게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 전임자 | "앞 팀장님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워하셨나요?" |
여섯 질문 중에 네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평가 기준을 안 정하고 시작하면, 1년 뒤에 "실무를 더 챙겼어야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때 가서는 반박할 근거가 없습니다.
받기로 했다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A파트는 제가 끝까지 해본 게 있으니 맡겠습니다. B파트는 제가 실무를 모르니까, 첫 석 달은 무엇을 끝내면 되는지 기준부터 같이 정해주십시오."
사장님이라면 이것만은 보십시오
팀장을 세울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실무 평가 최고점을 그대로 승진 근거로 쓰는 것입니다.
봐야 할 건 이 하나입니다. 그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인가, 일을 잘되게 하는 사람인가.
둘은 겉으로 비슷하게 보입니다. 구분되는 자리가 있습니다.
| 일을 잘하는 사람 | 일을 잘되게 하는 사람 |
|---|---|
| 자기 몫을 빈틈없이 끝냅니다 | 남의 몫이 막힌 걸 먼저 알아채고 붙습니다 |
| 급하면 자기가 다 처리합니다 | 급해도 누가 하면 되는지를 먼저 정합니다 |
| 자기가 아는 방법으로 합니다 | 상대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꿔 줍니다 |
| 결과를 가져옵니다 | 결과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같이 가져옵니다 |
| 후배가 물어보면 답을 줍니다 | 후배가 다음에 혼자 하도록 기준을 줍니다 |
오른쪽 행동이 이미 나오고 있는 사람은, 그 파트를 몰라도 팀장을 시켜도 됩니다. 왼쪽만 있는 사람에게 팀을 맡기면 아무리 실무를 잘했던 사람이어도 팀 전체가 조금씩 무너집니다.
여기서 헷갈리면 회사는 실무자 한 명을 잃고 팀장 한 명을 못 얻습니다.
실무를 아예 몰라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앞의 댓글로 돌아가겠습니다. "팀장이 실무를 잘 모르면 팀원들은 미칩니다." 이 말이 가리키는 실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팀원이 힘든 건 팀장이 몰라서가 아닙니다.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정할 때입니다. 일정이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면서 날짜를 박고, 어려운 일인지 모르면서 쉽게 말하고, 결과가 나쁘면 왜 못했냐고 묻습니다. 이러면 팀은 팀장에게 설명하는 데 시간을 다 씁니다.
그래서 모르는 파트를 맡을 때는 순서가 있습니다. 모른다고 먼저 말하고, 그 파트에서 제일 오래 한 사람에게 판단을 나눠주고, 대신 그 판단의 결과는 팀장이 책임집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팀원은 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판단이 쓰이니까 몰입이 올라갑니다.
정리하면
- 팀장 제안을 "그 파트를 얼마나 아는가"로 재면 답이 안 나옵니다. 모르는 일이 오는데 아는 걸로 잴 수는 없습니다.
- 팀장이 실제로 하는 일은 둘입니다. 팀원의 역량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 그 노력을 팀의 성과로 연결하는 것.
- 받기 전에 기대치·판단 범위·평가 기준을 물어서 정하십시오. 특히 1년 뒤 무엇으로 평가받는지를 안 정하면 나중에 반박할 근거가 없습니다.
- 사장이라면 실무 평가 대신 이걸 보십시오. 일을 잘하는 사람인가, 일을 잘되게 하는 사람인가.
- 모르는 파트를 맡을 때는 모른다고 먼저 말하고, 판단은 나누고, 책임은 팀장이 집니다.
팀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려면 그 사람이 어디서 결과를 내는지부터 보여야 합니다. 9WAY 무료 강점 진단은 팀원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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