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듣는데 왜 허전할까 — 인정은 이름표를 붙이는 일입니다
퇴사하는 날에 "여태 뭐 했냐"는 말을 들었다는 글을 봤습니다.
두 달 동안 모르는 분야를 익혀가며 주 2~3회 야근을 했는데, 마지막 날 퇴근하려니 "일 다 끝냈냐"고 묻고, 일부가 안 끝났다고 하니 언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 대표가 심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걸린 건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이분이 두 달 동안 정말 아무것도 안 했을까요.
한 일이 있는데 왜 없었던 것처럼 될까요?
했을 겁니다. 야근하며 막아낸 것도 있고, 모르는 분야를 익혀서 돌아가게 만든 것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한 번도 말로 옮겨진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름이 안 붙은 일은 없었던 일이 됩니다. 결과물로 남지 않는 일일수록 그렇습니다. 회의 후에 어긋난 이야기를 맞춰두는 일, 두 팀 사이에서 말을 옮기는 일, 후배가 편하게 물어볼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일. 문제가 안 생겼기 때문에 아무 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한 문장으로 통째로 지워집니다. 억울한 게 아니라 구조가 그렇습니다.
칭찬을 많이 하면 인정이 채워지지 않나요?
앞 글에서 소속감은 존재론적인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내가 이 팀에 있다는 확인이요. 그런데 그다음이 있습니다. 내가 여기 있는 게 확인됐으면, 내가 왜 필요한 사람인지가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합니다. 그게 인정입니다.
여기서 칭찬과 인정이 갈립니다.
"수고했어요." "역시 잘하네요." 듣기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사람을 띄워주는 말이지 남는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칭찬을 자주 들어도 내가 왜 필요한지는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완료 기준을 먼저 정리해줘서 마지막에 재작업을 안 했어요." "두 부서 요구를 정리해줘서 결정을 오늘 끝냈어요." 이건 남습니다. 무엇을 했고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적혀 있으니까요.
칭찬은 사람에 대해 말하고, 인정은 일에 대해 말합니다.
성과가 안 난 일에서도 인정할 게 있나요?
있습니다.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어도 그때 유효했던 판단과 막아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 "그 시점에 일정을 조정하자고 한 판단은 맞았어요. 그게 없었으면 더 크게 밀렸습니다."
- "결과는 아쉽지만 리스크를 미리 공유해줘서 대응할 시간이 있었어요."
성과와 기여를 같은 것으로 보면 인정할 수 있는 순간이 1년에 몇 번 없습니다. 기여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 매주 생깁니다.
그대로 쓸 수 있는 인정 문장
"잘한다"는 말 대신 행동과 영향을 붙이면 됩니다. 상황별로 정리했습니다.
| 상황 | 그대로 쓰는 문장 |
|---|---|
| 문서·자료를 잘 정리했을 때 | "기준을 먼저 정리해줘서 뒤에 재작업이 없었어요." |
| 회의를 매끄럽게 만들었을 때 | "양쪽 요구를 정리해줘서 오늘 결정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
| 문제를 미리 알렸을 때 | "그 리스크를 일찍 짚어줘서 대응할 시간이 생겼어요." |
| 후배를 도왔을 때 | "○○님이 물어볼 데가 생겨서 적응이 훨씬 빨라졌어요." |
| 조용히 마무리했을 때 | "티는 안 났지만 그 건 정리해줘서 아무 일도 안 생겼습니다." |
| 결과가 아쉬웠을 때 | "결과는 아쉽지만 그때 판단은 맞았어요. 다음에 같은 상황이면 또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
| 반복 업무를 맡고 있을 때 | "이게 매주 돌아가니까 다른 일들이 밀리지 않는 거예요." |
| 갈등을 조율했을 때 | "중간에서 정리해줘서 두 팀이 계속 같이 일할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가능하면 그 사람 앞에서만 하지 마시고 팀에서 한 번 더 말해주세요. 인정은 두 번째로 말할 때 남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면
받는 쪽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 이번 주에 한 일 중 결과로는 안 남았는데 없었으면 꼬였을 일 하나를 적어둡니다. 나중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 보고할 때 한 줄만 덧붙입니다. "이번 건은 A로 정리했고, 그 과정에서 B 이슈를 미리 막았습니다."
- 물어봐도 됩니다. "이번 일에서 제가 한 것 중 팀에 실제로 도움이 된 부분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칭찬을 더 받으려는 질문이 아니라 다음에 더 잘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리더라면 무엇을 붙여야 할까요?
팀원이 자기 일에 몰입했으면 좋겠다면, 그 일들에 이름표를 붙여주세요.
형식적인 칭찬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한 일이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전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팀에서 한 번 더 말해주세요. 그때 인정이 남고, 그때 그 사람이 남습니다.
마무리
몰입은 관계성에서 만들어지고, 관계성은 소속감에서 시작해 인정으로 완성됩니다.
지금 열심히 하는데 허전하다면, 칭찬이 부족한 게 아니라 내가 한 일에 이름이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오늘 하나만 붙여보세요. 내가 한 일에든, 옆 사람이 한 일에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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