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따라 이직해도 될까요 — 가기 전에 물어볼 질문 10가지
전 직장에서 가장 잘 따랐던 선배가 먼저 회사를 옮겼습니다. 얼마 뒤 연락이 왔습니다. 같이 일하자고요.
이직은 큰 모험이라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선배는 연봉을 1,000만 원 올린 오퍼를 다시 보냈고, 이분은 결국 따라갔습니다. 선배는 그 회사 팀장이었고, 이분은 그 팀의 팀원이 됐습니다.
막상 가 보니 보이는 게 있었습니다. 입사하고 얼마 안 돼서 디자인팀과 사업부 사람들이 팀장을 은근히 무시하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팀장은 전 직장 때보다 기운이 없어졌는데, 이 회사 사람들은 원래 그런 성격인 줄 압니다. 요즘은 몸이 아파 연차도 자주 씁니다.
이분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불러준 사람이 런치면 전 완전 낙동강 오리알 되잖습니까."
팀장이 먼저 나가기 전에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하나 싶다가도, "퇴사하자니 연봉이 아까워요." 배은망덕한가 싶다가 어차피 각자도생이니 상관없나 싶어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고 했습니다. 이 글은 올라온 지 보름 만에 조회 2만 7천 회를 넘겼습니다.
이분이 잘못 판단한 건 없습니다. 다만 가기 전에 확인했으면 좋았을 게 하나 있습니다.
아는 사람·전 상사 따라 이직하는 건 괜찮은 선택일까요
괜찮은 선택입니다.
믿는 사람이 있는 곳은 적응이 빠릅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이미 아니까 처음 몇 달을 덜 헤맵니다. 새 회사에서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처음 몇 달이 제일 막막한데, 모르는 게 생겼을 때 편하게 물어볼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큽니다.
실제로 이런 이직은 흔합니다. 잡코리아가 2019년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418명에게 물었더니 25.1%가 지인 추천으로 회사를 옮겼다고 답했습니다(복수응답). 해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경제학자 스티븐 벅스 등이 콜센터·트럭 운송·IT 세 업종 대기업 아홉 곳의 인사 자료를 분석했더니, 직원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덜 그만뒀습니다(Burks 외,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2015).
그러니 따라간 결정은 그대로 둬도 됩니다. 연봉을 1,000만 원이나 올려 줄 만큼 이분을 원한 사람이 있었고, 이분은 그 사람을 믿었습니다. 바꿀 건 가기 전에 확인하는 것 하나입니다.
사람 보고 옮길 때 우리는 무엇을 확인하나요
대개 그 사람을 봅니다. 좋은 사람인지, 나를 아끼는지, 일하는 방식이 나랑 맞는지.
그런데 이건 이미 아는 것들입니다. 전 직장에서 몇 년을 같이 일했으니까요. 이분도 그 팀장을 "가장 잘 따랐던 분"이라고 썼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따로 확인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정작 모르는 건 따로 있습니다. 새 회사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입니다. 윗사람이 그 사람에게 무엇을 맡기는지, 다른 팀이 그 사람 말을 얼마나 들어 주는지, 그 사람이 회의에서 한 말이 실제로 일이 되는지.
같은 사람도 어느 회사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일합니다. 이분 팀장도 전 직장에서는 활기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새 회사에서는 기운이 빠졌고, 그 회사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람인 줄 압니다. 내가 전 직장에서 본 그 사람은, 전 직장이 그 사람을 대하던 방식까지 합쳐진 모습이었던 겁니다.
나를 부른 사람의 입지가 왜 내 입지가 되나요
사람 보고 옮긴 사람은 새 회사에서 처음부터 '누가 데려온 사람'으로 보입니다. 나를 소개하는 첫 문장에 그 사람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겪는 일이 나한테도 옵니다.
- 그 사람이 다른 팀과 부딪히고 있으면, 내가 그 팀에 부탁할 때도 같은 벽을 만납니다.
- 그 사람 말이 윗선에서 잘 안 통하면, 내가 올린 기획도 그 사람 손을 거쳐 올라가니 같이 막힙니다.
- 그 사람이 회사를 나가면, 나를 왜 뽑았는지 설명해 줄 사람이 없어집니다.
이분이 말한 "낙동강 오리알"이 세 번째 경우입니다. 이분이 불안한 건 팀장이 아파서만은 아닙니다. 팀장이 흔들리면 팀장이 데려온 자기도 같이 흔들린다는 걸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어서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사람 보고 옮길 때 확인할 건 그 사람이 그 회사에서 어디에 서 있느냐입니다.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가 내가 처음 서게 될 자리입니다.
나를 왜 불렀는지도 물어야 할까요
물어야 합니다. 이 답에 따라 그 회사에서 내 일이 얼마나 오래 남을지가 갈립니다.
이분은 입사하고 나서야 이유를 짐작했습니다. "저한테 왜 오퍼를 줬는지(제가 까라면 까는 스타일임) 알겠고." 이직하고 자리가 불안하니 믿을 사람을 불렀구나 싶었다고요.
그런데 이 글에서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은 다르게 읽었습니다. "평소에 일 잘하고 믿음직한 팀원이니까 굳이 1000만원이나 올려서 데려오셨을 거예요. 단순히 방패막이로 쓰려던 게 아니라 가장 든든한 동료가 필요하셔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아마 둘 다 맞을 겁니다. 일을 잘해서 불렀고, 옆에 믿을 사람이 필요해서 불렀습니다. 가려 봐야 할 건 그 이유가 어디에 붙어 있느냐입니다. 팀에 비어 있는 일에 붙어 있는지, 그 사람 옆에 붙어 있는지.
- 팀에 비어 있는 일을 맡기려고 불렀다면, 내 일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부른 사람이 흔들리거나 떠나도 그 일은 팀에 남고, 나는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남습니다.
- 자기 옆에 믿을 사람이 필요해서 불렀다면, 내 일은 그 사람이 그때그때 시키는 일로 채워집니다. 그 사람이 떠나는 날 내가 할 일도 같이 사라집니다.
이 둘은 가기 전에 한 문장으로 가려집니다. "제가 가면 제일 먼저 맡을 일이 뭐예요?"
답이 일 이름으로 돌아오면("하반기 신규 채널 광고를 네가 맡아 줘", "월 마감 정산이 지금 비어 있어") 그 팀에 내 일이 있습니다. "네가 오면 내가 든든하지", "일단 와서 같이 하자"로 돌아오면 그건 그 사람 옆자리입니다. 옆자리가 나쁜 건 아닙니다. 그 사람과 같이 올라가고 같이 흔들리는 자리라는 걸 알고 가면 됩니다.
가기 전에 물어볼 질문 10가지
"팀장님이 여기서 제일 힘든 게 뭐예요?" 이 질문 하나만 해도 많은 게 보입니다.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새 회사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와 나를 왜 부르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을 모아 뒀습니다. 전부 물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 상황에 맞는 서너 개만 골라 저녁 자리나 통화에서 편하게 물어보세요.
그 사람이 새 회사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 묻는 말 | 이런 답이면 괜찮습니다 | 이런 답이면 한 번 더 보세요 |
|---|---|---|
| "팀장님이 여기서 제일 힘든 게 뭐예요?" | 어려운 일이 구체적이고, 어떻게 풀고 있는지까지 나온다("예산 승인이 느려서 분기마다 미리 올려") | "다 괜찮아, 와 보면 알아" / 사람 탓만 한다("여긴 다들 말이 안 통해") |
| "다른 팀하고는 어떻게 일하세요?" | 자주 같이 일하는 팀 이름과 주고받는 일이 나온다 | 다른 팀 얘기가 불만으로만 나온다 / "우리는 우리 일만 해" |
| "윗분은 이 팀에 뭘 기대하세요?" | 윗선이 맡긴 목표나 숫자를 말한다 | "글쎄, 알아서 하라던데" |
| "이 팀은 왜 생겼어요? 전에는 이 일을 누가 했어요?" | 회사가 필요해서 만든 자리이고, 전임자가 왜 바뀌었는지 안다 | 이유를 모른다 / 전임자가 짧게 있다 나갔다는 얘기만 나온다 |
나를 왜 부르는지
| 묻는 말 | 이런 답이면 괜찮습니다 | 이런 답이면 한 번 더 보세요 |
|---|---|---|
| "제가 가면 제일 먼저 맡을 일이 뭐예요?" | 일 이름, 기한, 같이 일할 사람이 나온다 | "네가 오면 내가 든든하지" / "일단 와서 같이 하자" |
| "석 달 뒤에 제가 뭘 해 놓으면 잘 왔다고 하실 것 같아요?" | 결과물 하나로 답한다 | 태도 얘기만 한다("열심히 하면 되지") |
| "그 일은 지금 누가 하고 있어요?" | 비어 있거나, 한 사람이 넘치게 떠안고 있다 | 누가 하고 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바꾸려 한다(들어가면 그 사람과 부딪힙니다) |
| "팀장님이 자리에 없을 때 제 일은 누구랑 정해요?" | 다른 결재자나 같이 정할 사람이 있다 | "그럴 일 없어" |
부른 사람 말만 들으면 한쪽 얘기만 듣게 됩니다. 그 사람도 새 회사에서 자기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후배에게 다 털어놓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더 해 보시면 좋습니다.

- 그 회사에 다니는 다른 사람이나 그 팀과 일해 본 사람에게 "그 팀이랑 일해 보면 어때요?"라고 물어봅니다.
- 입사 전에 "같이 일하게 될 다른 팀 분과 잠깐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요?"라고 요청해 봅니다. 30분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면접에서 그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확인하는 질문은 연봉 올려 옮겼는데 더 싫어졌다면 — 면접에서 물을 한 줄에 따로 정리해 뒀습니다.
새로 온 팀장이라면, 처음엔 흔들려 보일 수 있습니다
이분 팀장도 이 회사에 옮겨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었습니다. 새로 온 팀장은 처음 몇 달 동안 입지가 약한 게 보통입니다. 회사 사정을 아직 모르고, 다른 팀과 쌓아 둔 신뢰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팀이 팀장 말을 잘 안 들어 주는 모습만 보고 "이 사람은 여기서 끝났다"고 판단하면 성급합니다.
잠깐 흔들리는 건지 계속 이럴 건지는 입지가 약한 이유를 보면 압니다. 입지가 약한 게 온 지 얼마 안 돼서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집니다. 윗선이 이 팀에 기대하는 게 분명하고 팀장도 그걸 알고 있다면 이쪽입니다. 반대로 회사가 그 자리에 기대하는 게 없어서라면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윗분은 이 팀에 뭘 기대하세요?"에 팀장도 답을 못 한다면 이쪽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팀장 입지가 약하다는 건 내가 그 입지를 같이 세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른 팀이 팀장 말은 흘려들어도, 우리 팀이 낸 결과는 봅니다.
이미 옮겼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글쓴이처럼 이미 옮겼고 불안하다면, 다른 회사를 알아보기 전에 해 볼 일이 있습니다.
내 이름으로 된 일을 하나 만듭니다. 지금 하는 일 가운데 다른 팀이 팀장을 거치지 않고 나에게 바로 요청하는 일이 있는지 봅니다. 없다면 디자인팀이나 사업부와 직접 주고받는 일을 하나 맡아 보세요. 그 팀 사람들이 나를 '그 일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기 시작하면, '팀장이 데려온 사람'이라는 첫 이름표는 그때부터 옅어집니다.
팀장에게 묻습니다. "요즘 제일 막히는 게 뭐예요? 제가 맡을 수 있는 게 있으면 할게요." 팀장이 몸이 안 좋아 자리를 자주 비우는 지금이 오히려 물어보기 좋은 때입니다. 불러 준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을 쓸 곳도 여기입니다.
연봉이 아까워서 못 떠나는 거라면, 그 연봉을 받는 동안 내 이름으로 된 결과를 쌓아 두면 됩니다. 남든 떠나든 들고 갈 게 생깁니다.
그래도 떠나기로 했다면 그건 내 커리어를 지키는 선택입니다. 배은망덕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팀장님이 선수 치기 전에"처럼 불안에 밀려 서두르면, 다음 회사에서도 이 질문들을 못 한 채 가게 됩니다.
정리하면
- 아는 사람이나 전 상사를 따라 이직하는 건 괜찮은 선택입니다.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이 덜 그만둔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 가기 전에 확인할 건 새 회사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이미 압니다.
- 그 사람이 흔들리면 그 사람이 데려온 나도 같이 흔들립니다.
- 나를 부른 이유가 팀에 비어 있는 일인지, 그 사람 옆자리인지는 "제가 가면 제일 먼저 맡을 일이 뭐예요?"로 확인합니다.
- 부른 사람 말만 듣지 말고, 그 팀과 일해 본 사람에게도 물어봅니다.
- 새로 온 팀장은 처음엔 흔들려 보일 수 있습니다. 윗선이 그 팀에 기대하는 게 있는지로 가려 봅니다.
- 이미 옮겼다면 다른 팀과 직접 주고받는 내 이름의 일을 하나 만듭니다.
누가 "우리 회사로 와" 하고 연락해 왔다면, 답하기 전에 저녁을 한 번 더 잡아 보세요. 그 자리에서 "팀장님이 여기서 제일 힘든 게 뭐예요?" 하나만 물어도, 가서 내가 설 자리가 어디인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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