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도 아닌데 추궁당할 때 — 사과 대신 쓰는 되묻기 한 문장

내 일도 아닌데 추궁당할 때 — 사과 대신 쓰는 되묻기 한 문장

23년 차 직장인이 10년 전에 본 회의 장면을 직장인 커뮤니티에 적었습니다. 회의 중에 부서장이 한 선배를 이렇게 몰아붙였다고 합니다.

"어이 00아 이걸 이렇게 처리하는게 맞아? 맞냐고? 너 알고 있었어?"

그 선배 담당도 아닌 일이었습니다. 선배는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딱 한 문장을 되물었습니다.

"00님 그게 제가 꼭 알고 있어야 되는 내용인가요?"

부서장은 바로 조용해졌습니다.

글쓴이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자기였다면 "죄송합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가 반사적으로 나왔을 거라고요. 그 선배는 지금 그 회사에서 잘나간다고 합니다. 좀 쌀쌀맞다는 말은 듣지만, 자기 일 잘하고 스마트한 사람으로 자리를 굳혔다고요.

내 일도 아닌데 회의에서 추궁을 당해 본 적이 있다면, 이 한 문장이 왜 통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내 일이 아닌데도 왜 "죄송합니다"부터 나올까요

대부분 그렇습니다. 윗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면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일단 사과하면 그 자리의 긴장이 빨리 풀릴 것 같고, 맞서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일수록 더 빨리 "죄송합니다"가 나옵니다.

그 마음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회의를 망치고 싶지 않고, 상대의 화를 가라앉히고 싶은 마음입니다. 문제는 그 한마디가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한마디는 무엇을 바꾸나요

내 일이 아니던 게 그 순간 내 일이 됩니다.

사과를 했으니 확인하는 것도 내 몫이 됩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까지 붙이면 더 분명해집니다. 회의가 끝나면 그 일은 내 할 일 목록에 올라가 있고, 다음에 그 일로 문제가 생기면 부서장은 또 나를 부릅니다. 지난번에 네가 확인한다고 했으니까요.

이게 몇 번 반복되면 담당이 흐려집니다. 원래 담당자는 빠지고, 늘 사과하던 사람이 그 일을 떠안습니다. 성실한 사람이 억울하게 일이 많아지는 흔한 순서입니다.

퇴근 무렵 모니터에 뜬 메신저를 보며 답할 말을 고르는 직장인 — 억울한 추궁은 회의실 밖 메신저로도 온다. 답하기 전에 누구 몫인지부터 본다

되묻기는 따지는 말 아닌가요

따지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다릅니다. 이게 누구 몫인지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말입니다.

"그게 제가 꼭 알고 있어야 되는 내용인가요?"라는 질문에는 두 가지 답만 있습니다.

  • "그래, 네가 알고 있어야 해" — 그러면 왜 내 몫인지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때 확인하면 됩니다.
  • "아니, 그건 ○○ 담당이지" — 그러면 부서장 스스로 담당을 다시 떠올립니다.

어느 쪽이든 그 자리에서 담당이 분명해집니다. 선배가 한 일은 부서장이 답하게 만든 것입니다. 화를 낸 게 아닙니다. 그래서 언성을 높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질문이라 상대가 답해야 하니까요.

원문 그대로 말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선배의 문장은 짧고 단단합니다. 그대로 쓰기 부담스럽다면 뜻은 같고 결이 부드러운 문장을 쓰면 됩니다.

"이 건은 제 담당이 아닌데, 제가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이 문장은 세 가지를 한 번에 합니다. 내 담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그래도 도울 마음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가 말하게 합니다. 사과는 한 마디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상황별로 바로 쓸 수 있는 문장

억울한 추궁은 회의실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메신저로도, 보고 중에도, 여러 사람이 보는 메일로도 옵니다. 자주 겪는 상황별로 모았습니다.

상황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 대신 이렇게
회의에서 담당 아닌 일로 추궁당할 때 "죄송합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 건은 제 담당이 아닌데, 제가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회의에서 강하게 몰아붙일 때 "제가 챙겼어야 했는데…" "그게 제가 꼭 알고 있어야 되는 내용인가요?"
메신저로 "이거 왜 이래요?"가 왔을 때 "죄송합니다 바로 볼게요!" "이 건은 ○○팀 담당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전달해 드릴까요, 직접 확인해 보시겠어요?"
보고 중에 다른 사람 일을 물을 때 "아 그건…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그 부분은 ○○ 님 담당이라, 제가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 님께 확인해서 오늘 중에 공유드리면 될까요?"
여러 명이 보는 메일로 책임을 물을 때 전체 답장으로 긴 사과 "확인해 보니 이 업무는 ○○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 님을 참조에 추가드립니다."
다른 팀이 자기 일을 떠넘길 때 "네, 제가 해 둘게요." "이 일은 원래 어느 팀 몫인지 먼저 정해 두면 좋겠어요. 팀장님께 같이 여쭤볼까요?"
전임자가 하던 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제가 인수받았으니 제 잘못입니다." "제가 받기 전에 진행된 건이라, 당시 기록부터 확인해 볼게요. 어디까지가 제 몫인지도 같이 정리하겠습니다."
상사가 잘못 기억하고 있을 때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지난 회의에서 ○○ 님이 맡기로 했어요. 회의록 한번 같이 보실까요?"

오른쪽 문장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과가 없고, 사실이 있고, 다음에 누가 무엇을 할지가 있습니다.

되물을 때 지킬 것

되묻기가 따지는 말로 들리지 않으려면 몇 가지를 지키면 됩니다.

  •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느리게. 그 선배가 한 것처럼 무표정해도 괜찮습니다. 화난 얼굴만 아니면 됩니다.
  • 질문으로 끝냅니다. "그건 제 일이 아닌데요."로 끊으면 반박이 됩니다. "~인가요?", "~할까요?"로 끝내면 확인이 됩니다.
  • 사실만 말합니다. 누가 잘못했는지 가리지 않습니다. 누가 담당인지만 말합니다.
  • 도울 여지는 남깁니다. "제가 전달해 드릴까요?" 한마디가 있으면 쌀쌀맞다는 인상이 훨씬 줄어듭니다.

사무실 한쪽에서 직원이 수첩을 보여 주며 팀장과 짧게 이야기하고, 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 회의가 끝난 뒤 담당을 사실로 정리해 두면 같은 추궁이 반복되지 않는다

정말 내 잘못일 때는요

그때는 사과가 맞습니다. 되묻기는 내 일이 아닌 걸로 추궁당할 때 쓰는 말입니다. 내 몫인 일을 놓쳤다면 바로 인정하고,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는 게 가장 빠르게 신뢰를 되찾는 길입니다.

"제 담당인데 놓쳤습니다. 오늘 3시까지 원인 확인해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애매할 때도 있습니다. 내 일인지 아닌지 나도 확신이 없을 때입니다. 그럴 때는 사과부터 하지 말고 확인부터 합니다. "제 담당인지 확인해 보고 바로 말씀드릴게요." 사과는 확인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쌀쌀맞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원문의 선배는 잘나갔지만, 좀 쌀쌀맞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되묻기 한 문장만 남기면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 한 번만 챙기면 됩니다. 담당자를 확인했다면 그 사람에게 전달하고, 부서장에게 짧게 알립니다. "그 건은 ○○ 님께 전달드렸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선을 긋고, 끝난 뒤에는 일이 굴러가게 돕는 겁니다. 그러면 "자기 일은 분명히 하는데 일을 멈추게 하지는 않는 사람"으로 남습니다.

정리하면

  • 내 일이 아닌데 추궁당하면 반사적으로 "죄송합니다"가 나옵니다. 성실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 그 한마디로 내 일이 아니던 게 내 일이 됩니다. 확인하는 것도, 다음 책임도 내 몫이 됩니다.
  • 되묻기는 누구 몫인지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말입니다. 따지는 말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 부담스러우면 "이 건은 제 담당이 아닌데, 제가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로 묻습니다.
  • 사과 대신 사실을 말하고, 질문으로 끝내고, 도울 여지를 남깁니다.
  • 정말 내 잘못이면 바로 사과하고, 언제까지 무엇을 할지 말합니다. 애매하면 확인부터 합니다.

다음 회의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면, "죄송합니다"가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한 박자만 쉬어 보세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이 건은 제 담당이 아닌데, 제가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그 한 문장이 내 할 일 목록을 지켜 줍니다.

내가 어떤 일에서 확실하게 책임지고 싶은지, 내 몫을 먼저 알고 있으면 선을 긋기도 쉬워집니다. 9WAY 무료 강점 진단으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커리어 방향, 전문가와 함께 설계하세요

강점 기반 진로 탐색과 커리어 전략을 CareerTech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댓글 0개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하세요.

관련 글

직무 전환할 때 내 역량 확인하는 진단 있어?
커리어

직무 전환할 때 내 역량 확인하는 진단 있어?

있어요. 무료로 가장 가까운 건 한국산업인력공단 NCS 사이트의 «직무능력진단»이에요. 옮기고 싶은 직무와 직급을 고르면 그 직무에서 하는 일이 문항으로 나오고, 문항마다 내 수준을 «매우 미흡»부터 «매우 우수»까지 다섯 단계로 체크하면 결과가 나옵니다. 고용24에는 IT·영업 두 직무의 기본역량검사와 만 45세 이상을 위한 중장년 직업역량검사가 있어요....

Daniel ·
22
하고 싶은 게 없다면 — 접었던 분야에서 직업 다섯 개 찾아보기
커리어

하고 싶은 게 없다면 — 접었던 분야에서 직업 다섯 개 찾아보기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 버린 사람만 있습니다. 어릴 때 별 보는 게 좋아서 우주 책을 닥치는 대로 읽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한 가지 질문에서 끝내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천문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주변에 천문학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물어볼 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이렇게 정리하고 접었습니다. "그...

Daniel ·
16
회사에 다 바치고 있다면 — 회사 이름 빼고 나를 한 문장으로 말해 보기
커리어

회사에 다 바치고 있다면 — 회사 이름 빼고 나를 한 문장으로 말해 보기

한 직장인이 8년 동안 다닌 회사 이야기를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야근은 당연했습니다. 주말에 연락이 오면 약속을 취소했습니다. 장인어른 환갑 식사 자리에서도 급한 연락을 받고 일하러 갔고, 독감으로 열이 펄펄 나는 날에도 마감을 맞추려고 출근했습니다. 팀장이 갑자기 그만뒀을 때는 두 달 동안 팀장 역할까지 맡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회사를 사랑하는...

Daniel ·
21
새 도구를 막는 윗사람에게 — "제 일 하나만, 2주만" 작게 제안하는 법
커리어

새 도구를 막는 윗사람에게 — "제 일 하나만, 2주만" 작게 제안하는 법

막내가 AI로 작은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팀이 매일 손으로 하던 라벨 작업이, 이 프로그램으로 몇 초 만에 끝나게 됐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의 결론은 이랬습니다. "우리 팀은 AI나 자동화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버릇 들이지 말자. 하던 대로 해." 팀장님은 평소에도 구글 검색 기록을 꺼 두는 분이었습니다. 광고가 뜨면 폰이 대화를 엿듣는 것 같다며 소...

Daniel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