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람과 거리 두는 나, 소속감이 없는 걸까요 — 받쳐 준 동료에게 돌려주는 말
회사 사람은 그냥 회사 사람일 뿐,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며 늘 거리를 두고 다니던 분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습니다.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글이었습니다.
고개를 돌렸는데 세상이 빙빙 돌았고, 식은땀이 나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고 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드니 팀장이 옆에 있었습니다. "이석증인 것 같다. 다시 올 수 있으니까 지금 괜찮을 때 병원 가자. 어지러울 테니까 같이 가주겠다." 한사코 괜찮다고 했지만 결국 팀장의 부축을 받고 병원에 갔고, 치료를 받고 나오니 팀장은 돌아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택시까지 잡아 줬고요.
집에 와서 자다 깼더니 팀원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오늘 맡았던 일은 자기가 처리했으니 걱정 말고 푹 쉬고 내일 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은 이 문장으로 끝납니다. "먼저 벽을 치고 정을 주지 않았던 제 자신이 참 못났다." 그리고 하나를 물었습니다. 팀에 커피를 돌리는 정도면 괜찮은 시작이겠냐고요.
저라면 커피보다 먼저 할 일이 있다고 답하겠습니다. 그 전에 짚어 둘 게 하나 있습니다.
회사 사람과 거리를 두는 건 잘못일까요
잘못이 아닙니다.
회사는 일을 하려고 모인 곳입니다. 친해지는 게 목적이 아닌 곳에서 친목을 너무 강조한다는 불만에 고개를 끄덕이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퇴근 뒤의 시간과 사적인 이야기를 지키는 건 자기 생활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팀을 등지는 일과는 다릅니다.
그러니 이분이 스스로를 못났다고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분이 헷갈린 건 따로 있습니다. 거리를 두면 팀에 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받쳐진 순간, 준 것도 없는데 받기만 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습니다.
소속감은 무엇으로 생기나요
소속감은 내가 무너졌을 때 팀이 나를 받쳐 주느냐, 밀어내느냐에서 드러납니다. 얼마나 친한지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리더의 두 가지 책무』(김봉준)는 소속을 세 가지 경험으로 설명합니다.
- 팀 안에서 존중을 받는다
- 도움을 청해도 밀려나지 않는다
- 내 관점과 내가 한 일을 팀이 필요로 한다고 느낀다
책은 여기에 이 경험이 친한 사이가 되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점심을 같이 먹지 않아도, 퇴근 뒤에 연락하지 않아도 이 세 가지는 채워질 수 있습니다. 거꾸로 회식을 자주 해도 회의에서 의견이 번번이 묻히는 사람은 이 팀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느낍니다.
구글이 자사 팀들을 연구해 공개한 팀 효과성 연구(re:Work,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에서도 좋은 팀을 가른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꼽힌 것은 심리적 안전감이었습니다. 실수를 털어놓거나 도움을 청해도 불이익이 없다고 믿는 상태를 말합니다. 친밀함과는 결이 다른 조건입니다.
쓰러진 날, 이 팀에서 드러난 것
이 기준으로 사연을 다시 읽으면 보이는 게 있습니다.
이분은 정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너진 날 팀장은 병원까지 같이 갔고, 치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팀원은 그날 일을 말없이 대신 처리했습니다.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밀려나지 않았습니다.
벽을 친 사람에게도 이 팀에는 이미 자리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날은 내가 어떤 팀에 있는지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부끄러워할 일은 없었습니다.
커피보다 한마디가 먼저인 이유
커피를 돌리는 게 나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커피는 팀 전체에 건네는 인사라서, 그날 내 일을 받아 준 그 사람이 한 일은 그 안에 묻힙니다.
그래서 먼저 할 일은 다음 날 그 팀원에게 한마디를 건네는 겁니다.
"어제 제 일까지 받아 주셔서 마감 안 놓쳤어요."
아마 상대는 "아, 뭘요. 별거 아니었어요" 할 겁니다. 그래도 됩니다. 그 순간 그 사람이 한 일이 이 팀에 필요했다는 게 확인됩니다. 받쳐 준 사람의 소속감은 이런 말 한마디에서 생깁니다.
책이 소속을 만드는 말로 드는 예도 같은 모양입니다. "우리 팀은 가족"이라는 구호보다 "그 문제를 먼저 말해 줘서 출시를 멈출 수 있었다"는 구체적인 말이 소속을 만든다고 합니다. 뒤 문장에는 그 사람이 한 행동과 그 덕분에 생긴 결과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돌려주는 말은 두 칸만 채우면 됩니다.
- 무엇을 해 줬는지 — 받아 준 일, 먼저 짚어 준 문제, 기다려 준 시간
- 그래서 무엇이 됐는지 — 마감을 지켰다, 실수를 막았다,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고마워요"는 내 기분을 전합니다. 두 칸이 들어간 말은 그 사람이 팀에 필요했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받쳐 준 사람에게 돌려주는 말 — 상황별
그대로 쓰셔도 되고 괄호 안만 내 상황으로 바꾸셔도 됩니다. 길게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 이런 일이 있었다면 | 이렇게 돌려줍니다 |
|---|---|
| 내가 빠진 날 일을 대신 처리해 줬을 때 | "어제 제 일까지 받아 주셔서 (마감) 안 놓쳤어요." |
| 내 실수를 먼저 발견해 알려 줬을 때 | "(수치) 틀린 거 먼저 말해 주셔서 보고 전에 고칠 수 있었어요." |
| 막혀 있을 때 방법을 알려 줬을 때 | "알려 주신 방법으로 하니까 (반나절 걸릴 게) 한 시간 만에 끝났어요." |
| 회의에서 내 의견을 거들어 줬을 때 | "아까 회의에서 제 얘기 이어서 말해 주셔서 (그 안이) 다시 검토되게 됐어요." |
| 급한 요청을 먼저 챙겨 줬을 때 | "(자료) 먼저 챙겨 주셔서 (고객 미팅) 제때 들어갔어요." |
| 몸이 안 좋을 때 챙겨 줬을 때 | "그날 (병원까지) 같이 가 주셔서 제대로 치료받았어요. 덕분에 금방 돌아왔어요." |
| 내가 쉬는 동안 일을 정리해 둔 걸 봤을 때 | "메시지 보고 마음 놓고 쉬었어요. 오늘 바로 이어서 할 수 있었어요." |
| 모르는 걸 몇 번씩 물어도 받아 줬을 때 | "그때 몇 번을 물어도 알려 주셔서 지금 이 일을 혼자 해요." |
| 내가 놓친 공유를 대신 전해 줬을 때 | "(변경 사항) 대신 전해 주셔서 (옆 팀이) 두 번 일 안 했어요." |
| 결과가 안 좋았을 때 같이 원인을 봐 줬을 때 | "같이 봐 주셔서 다음엔 (어디부터) 고칠지 정할 수 있었어요." |
때는 다음 날, 늦어도 그 주 안이 좋습니다. 기억이 흐려지면 두 칸이 비고 "그때 고마웠어요"만 남습니다. 둘이 있을 때 말해도 되고 메신저로 남겨도 됩니다. 팀 채널에 남기면 다른 팀원도 그 사람이 한 일을 보게 됩니다.
팀장이라면, 구호 대신 사실 한 줄
소속감을 만들겠다고 회식을 늘리거나 "우리 팀은 가족 같은 팀"이라고 말하는 팀장이 많습니다. 책은 이런 시도로는 소속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회식이 잦아도 회의에서 의견이 무시되는 사람은 이 팀에 자리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작고 구체적입니다. 발언 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의견을 채택하지 않았을 때도 판단 이유를 설명하고, 힘든 일을 털어놓아도 불이익이 없다는 걸 반복해서 보여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한 일이 팀에 무엇을 가능하게 했는지 말해 주는 것입니다. 이 팀에 그 사람이 있어야 할 이유를 알려 주는 말입니다.

| 이렇게 말하기 쉽지만 | 이렇게 바꿔 말합니다 |
|---|---|
| "우리 팀은 가족 같은 팀이야." | "그때 네가 먼저 말해 줘서 이 일이 잘 처리됐어." |
| "다들 수고 많았어요." | "(이름) 님이 (검수) 한 번 더 봐 줘서 (고객사 재작업)이 없었어요." |
| "좋은 의견 고마워요." | "(이름) 님 의견 덕분에 (일정)을 다시 봤어요. 이번엔 (이유) 때문에 원래 안으로 가지만 다음 (분기) 계획에 넣을게요." |
| "힘들면 언제든 말해." | "지난번에 일정 어렵다고 먼저 말해 줘서 미리 조정할 수 있었어요. 그런 말은 빨리 해 줄수록 좋아요." |
| "잘했어." | "(이름) 님이 옆 팀이랑 미리 맞춰 둬서 오늘 결정을 한 번에 했어요." |
| (조용한 팀원에게) "의견 좀 내 봐." | "(이름) 님은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지난번에 짚어 준 게 맞았어서요." |
오른쪽 문장에는 모두 두 칸이 들어 있습니다. 그 사람이 한 행동, 그리고 그 덕분에 팀이 할 수 있게 된 일입니다. 채택하지 않은 의견에도 이유를 붙여 주면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지 않습니다.
한마디가 부담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 방법이 늘 맞지는 않습니다. 판단 기준을 몇 가지 적어 둡니다.
공개적으로 칭찬받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팀 채널에 이름이 오르는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둘만 있을 때 한 문장으로 끝내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가 거리를 두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 거리를 존중하는 것도 받쳐 준 사람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고마움이 빚처럼 커지면 관계가 오히려 무거워집니다. 선물을 하거나 몇 번씩 인사를 반복하면 상대는 "그 정도 일은 아니었는데" 싶어 부담을 느낍니다. 한 번, 짧게, 일 이야기로 전하면 됩니다.
반대로 내가 무너졌을 때 밀려났다면, 내가 벽을 쳐서 생긴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아프다고 말했는데 일정 압박만 돌아오거나, 도움을 청한 뒤로 평가에서 불이익이 보인다면 그 팀은 "도움을 청해도 밀려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비어 있는 곳입니다. 그때 먼저 할 일은 이 상황을 누구와 이야기할지 정하는 것입니다. 억지로 친해지려고 애쓸 일은 아닙니다.
정리하면
- 회사 사람과 거리를 두는 건 잘못이 아닙니다. 거리를 둬도 팀에 속할 수 있습니다.
- 소속감은 존중받고, 도움을 청해도 밀려나지 않고, 내가 한 일이 팀에 필요하다고 느낄 때 생깁니다(『리더의 두 가지 책무』).
- 받쳐 준 사람에게는 커피보다 한마디가 먼저입니다. "어제 제 일까지 받아 주셔서 마감 안 놓쳤어요."
- 돌려주는 말에는 두 칸을 넣습니다. 그 사람이 해 준 것, 그 덕분에 된 것.
- 팀장이라면 "우리 팀은 가족" 대신 "그때 네가 먼저 말해 줘서 잘 처리됐어" 같은 사실 한 줄을 말합니다.
- 공개 칭찬을 불편해하는 사람에게는 둘만 있을 때 짧게 전합니다.
지난주에 내 일을 말없이 받아 준 사람이 떠오른다면, 그 사람 덕분에 된 일을 한 문장으로 적어 두세요. 내일 건넬 말은 그걸로 준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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